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근로자 50명 이상을 둔 사업주가 전체 근로자의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장애인 고용부담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A사도 2019년 약 1억5000만원, 2020년 약 1억6000만원을 고용노동부에 장애인 고용부담금으로 납부했다. 이렇게 지출한 부담금은 세무회계상 손해금액으로 반영되지 않고 법인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2년간 약 7300만원이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대한 세금으로 나갔다.
A사는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고 보고 2021년 11월 과세당국에 법인세 경정청구를 했다. A사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에서 요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는 제재 성격의 공과금이 아니다”며 “세무회계상으로도 손해금액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무회계상 손해금액으로 처리된 현금흐름은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인세법상 손해금액으로 반영하지 않는 공과금”이라며 A사의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기획재정부가 2018년 2월 내놓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법인세법 21조 5항에 해당하는 공과금’이란 유권해석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인세법 21조 5항은 ‘법령에 따른 의무 불이행 또는 금지·제한 등의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부과되는 공과금은 세무회계상 손해금액으로 반영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A사는 이후 조세심판원에도 심판청구를 했지만 이 또한 기각되자 행정소송에 뛰어들었다.
재판부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제재라기보다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금전 지급 의무 성격이 더 강하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과세당국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에는 징벌적 성격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규정이 없는 데다 최고 가산구간의 부담액이 최저임금 수준에 그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형 로펌 조세담당 변호사는 “정부 유권해석을 뒤집는 판결이 나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과세 방침이 부당하다고 여겨온 기업이 많은 만큼 A사보다 세금 납부 규모가 컸던 기업들이 줄줄이 불복 소송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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