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12층)가 감정가 27억9000만원의 95% 수준인 26억5288만원에 낙찰됐다. 이번이 세번째 경매였던 물건에는 45명의 응찰자가 몰리면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2등과 3등의 제시가격은 각각 24억1500만원과 23억3399만원으로 감정가의 80%를 웃돌았다.
이번 경매가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앞서 두 차례가 유찰돼 최소 입찰 가격이 17억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지만, 경매로 낙찰 받으면 실거주 의무가 없다보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작년 11월 이 은마아파트가 첫 경매에 등장했을 때 법원 감정가는 27억9000만원이었고, 두 번째 경매에서는 최소 입찰가격이 20% 하락한 22억3200만원이었다. 하지만 두 번의 경매에도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데다 은마아파트의 실거래가는 21억원까지 밀렸고 매물이 넘쳤던 시기였다.
분위기는 최근 급반전됐다. 지난 2월 20% 더 하락한 17억8560만원에 세번째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었다가 채권자 요청으로 경매가 한번 미뤄졌다. 그러다가 전날 경매가 이뤄진 것이다 이 물건은 집주인이 집값의 87%를 대부업체에서 24억원을 조달한 ‘영끌’ 매물이었다. 금리 부담으로 경매까지 나왔는데,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나온 은마 아파트여서 주목을 받았다.
은마 아파트 입주민인 김모씨는 "이번 경매는 주민들 사이에도 관심이 높았다"며 "아무래도 집값의 척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매매로는 의무 거주라는 규제를 받지만, 경매는 임차인을 들일 수 있다보니 사실상 시세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 전용 84㎡(9층)는 5월들어 24억3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달에는 23억~23억3000만원에 실거래가가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21억, 11월에 21억5000만원에 실거래가된 것과 비교하면 6개월여 만에 3억원가량이 오른 셈이다. 이렇게 매매된 매물들은 매수자들이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경매로 집을 취득하게 되면 실거주 의무가 없고,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다. 경매로 낙찰받은 뒤 전세를 주고 경매대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마의 전셋값은 6억원대여서 낙찰가 대비 전세가율은 20%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은마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적당한 타이밍이라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는 지역은 조합설립 이전에 소유권을 확보해야 조합원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은마는 최근 조합 설립 동의서 징구를 진행하는 등 조합설립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낙찰가가 실거래가 보다 높은 경우는 주로 집값 상승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강남에서 집값이 반등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자, 급매물이 어느정도 소진이 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셋째주(15일 기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한 주 전(0.01%)보다 0.10% 올라 2021년 12월 둘째주(0.12%) 후 1년 5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서초구(0.02%→0.10%) 송파구(0.08%→0.11%) 강동구(0.02%→0.06%) 등도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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