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스타트업들의 협의체인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19일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검토안에 대해 "실제 전달 체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반(反)비대면진료 사업이자 비대면잔료에 대한 사형 선고"라며 "시범사업안의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검토안을 발표했다. 시범사업 시행을 2주 앞두고 처음으로 공개한 방안이었다. 이 안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는 재진을 원칙으로 한다. 초진은 일부 환자에 대해서만 허용되는데 감염병 환자와 고령층 등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초·재진 상관없이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 허용돼온 것을 고려했을 때 재진 환자가 줄어들면 관련 플랫폼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초 복지부는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휴일과 야간에 한해 18세 미만 소아환자도 초진을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정협의 후 정식 브리핑에선 이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 해당 내용은 남은 기간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산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시범사업안에 따르면 앞으로 비대면 진료는 ①30일 이내에 ②동일 병원에서 ③동일 질환으로 ④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어야만 가능해진다"며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국민의 고충과 수요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원산협은 "30일 내 대면 진료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인과의 간단한 문진을 통해 더 큰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막는 건 건강권 침해"라며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원산협은 "이런 환경에서 민간이 제공하던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지속할 수 없다.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모든 피해는 경제활동이나 육아 등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로나마 의료 서비스에 접근해온 청년 세대에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확산으로 공적 의료 전달 체계가 마비됐을 때 일선 보건소를 대신해 비대면 진료를 연결하고 재택 치료자에게 무상으로 약을 전달한 것은 비대면 진료 산업계였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기는커녕 코로나19 위기의 터널을 지나자마자 곧바로 사실상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겠다는 정부를 어느 기업가들이 믿고 혁신에 나서겠는가. 또 다른 위기 상황에 어떤 기업이 정부에 손을 내밀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소아 환자의 휴일·야간 초진은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의약계는 플랫폼 회사들과는 정반대의 방향에서 시범사업 검토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약 5개 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약계와 세부적인 논의 없이 발표된 시범사업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소아청소년과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 초진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대상자의 구체적 기준도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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