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9일 14: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장에 실패했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이 줄줄이 재도전에 나섰다. 상장 예비 심사 효력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시장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24호스팩은 전날 증권신고서 제출했다. 지난 3월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해 철회한 지 약 두 달만이다.
KB24호스팩은 KB증권이 내놓은 첫 대형 스팩이다. 1분기에 스팩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한 차례 상장에 실패했다. 이번엔 공모액을 400억원에서 320억원으로 낮춰 재도전한다. 공모가는 1만원이다.
올해 기관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철회한 스팩은 6곳이다. KB24호를 비롯해 NH스팩29호, 유안타스팩11호, 키움8호스팩, 하이스팩8호, 유안타스팩14호 등이다.
이 중 KB24호스팩을 비롯해 NH스팩29호, 하이제8호스팩 등 3곳이 5월 공모 절차를 진행하며 재도전하고 있다. 키움8호스팩은 4월 재도전에 나서 지난 17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대부분 시장 상황을 감안해 공모금액을 낮췄다. NH스팩29호만 공모액(255억원)을 유지하고 키움8호스팩은 1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하이8호스팩은 120억원에서 85억원으로 물량을 줄였다.
각 스팩의 거래소 예심 승인 효력이 오는 7~8월까지인 만큼 현실적으로 효력 상실 이전에 다시 도전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는 평가다.
KB24호스팩와 하이8호스팩의 예심 효력은 오는 7월이며 NH29호스팩은 8월 중순까지다. 예심 효력이 끝나기 전에 납입 절차까지 마무리하기 위해선 시간이 촉박하다.
작년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상장에 도전했다 모두 실패한 유안타스팩11호는 지난 4월 예심 효력이 소멸했다. 12일 다시 거래소에 예심을 청구하고 처음부터 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다만 모든 스팩이 상장까지 완주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얼어붙은 스팩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다.
지난 2~3일 기관 수요예측 진행한 키움8호스팩은 경쟁률이 21대 1에 그쳤다. 일반청약 경쟁률도 11대 1로 저조했다. 상장에 필요한 자금은 모았지만, 스팩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대형 스팩인 KB24호스팩에 대한 평가는 더욱 차갑다. 공모 규모가 수백억 원인 국내 대형 스팩 중 합병에 성공한 곳은 없다.
5월에 재도전에 나선 스팩들 역시 공모 흥행보단 증시 입성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는 후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IPO 호황기가 지속되던 때와 비교하면 그나마 스팩에 대한 관심은 다소 나아졌다”며 “다만 여전히 단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안정적인 투자처인 스팩이 뒤로 밀려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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