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면서 다음달 출시하기로 약속한 ‘청년도약계좌’의 준비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한 시중은행 담당자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정부가 ‘5년 동안 50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주겠다’는 목표만 제시했을 뿐 정작 정책을 대신 집행할 은행엔 출시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 대략적인 지침조차 주지 않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연간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19~34세 청년이 5년 동안 매달 70만원을 납입하면 은행 금리와 별도로 정부가 ‘기여금’을 보태 최종적으로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해주는 비과세 적금 상품이다. 매월 70만원을 꽉 채워 납입하면 정부는 납입자의 소득 구간에 따라 월 2만1000~2만4000원의 기여금을 준다.
문제는 정부의 기여금 액수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상품 설계가 은행 몫으로 미뤄진 채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수신담당 임원은 “일반적인 적금 상품처럼 단리로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인지, 아니면 정부의 기여금까지 포함해 5년 동안 복리로 계산해 이자를 줘야 하는지, 또 은행별로 취급 한도는 얼마로 할지 등 대부분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책금융 상품이어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지기 전까지 은행이 자체적으로 상품을 먼저 개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이자비용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청년도약계좌가 5년 만기의 단리 구조인 경우를 가정하면 매월 70만원을 모아 5년 후 5000만원을 만들기 위해선 적금 금리가 연 7.5%로 설정돼야 한다. 정부의 기여금(최대 월 2만4000원)을 제외하더라도 은행이 실제로 청년에게 보장해야 하는 금리는 연 4.1%에 달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정액정립식 적금 상품의 1년 만기 기본금리는 연 2.75~4.00%로 청년도약계좌 보장 금리(연 4.1%)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만기가 5년에 이르는 청년도약계좌는 저금리가 이어질수록 은행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년을 위한 금융정책’이라는 정치적인 이득은 정부가 챙기고 행정적·금전적인 부담은 은행이 짊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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