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 작가(사진)의 말투엔 함경북도 억양이 녹아 있다. 그는 음식 에세이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를 출간한 북한이탈주민이다.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의 한 식당에서 만난 위 작가는 고향에서 먹던 명태 맛을 회상했다. “북한 명태는 살집이 적지만 감칠맛이 달라요. 다른 양념은 구하기도 어려워서 명태포로 자주 먹었죠. 싱싱한 명태 간을 살짝 구워 북엇국에 넣으면 입안 가득 바다향이 퍼져요.”
그는 1968년 함경남도 고원군에서 태어났다. 1998년 두만강을 건넌 뒤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2006년 대한민국에 왔다. 한국에 정착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 경기대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 시집 <두만강 시간>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고향을 떠난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 불어닥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지옥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혼자서 한국에 들어왔지만 여기에서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북한 사회에 대한 자극적 비판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고향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그리움, 한국에서 적응하며 겪은 어려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냉장고에 넣어둔 김치가 눈에 밟혔다. “푹 삭힌 함경도 명태김치의 ‘쩡~’한 국물을 마시니 답답했던 속이 뚫리는 것 같았죠.”
그는 음식으로 남북한 사이의 문화적 간극을 줄여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번 책에선 북한의 지역과 문화, 정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50가지 음식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했다. 아바이 순대와 돼지국밥 등 익숙한 이름부터 꼬장떡, 강낭죽 등 낯선 요리까지 다양하다. “남북한의 식문화는 완전히 달라요. 그 다름을 이해하는 게 북한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알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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