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이 열린 1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 갤러리 플라자에서는 이색 이벤트가 펼쳐졌다. ‘탱크’ 최경주(53)가 갤러리를 대상으로 한 1 대 1 원포인트 레슨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공동집행위원장이자 선수로 출전한 그가 직접 레슨을 해줄 짬은 나지 않았다. 그를 대신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현된 ‘AI 최경주’(사진)였다. AI 최경주는 구수한 사투리까지 구사하면서 아마추어 골퍼들의 답답함을 풀어줬다.
SK텔레콤 오픈은 대회 때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골프와 접목해 다양한 시도를 선보여왔다. 올해는 AI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 골프의 전설 최경주를 전면에 내세웠다. 골프존이 GDR에서 제공하는 AI 스윙분석 서비스는 이번 대회 이벤트를 위해 한 번 더 기술을 다듬었다. 각 골퍼의 스윙을 50가지로 분류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를 SK텔레콤이 만들어낸 AI 휴먼 ‘AI 최경주’가 음성과 영상으로 전달한다. AI최경주는 최경주의 과거 영상에서 추출한 얼굴 및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휴먼 모델링 기술과 음성합성 TTS(텍스트 투 스피치) 엔진을 결합했다.
기자가 직접 드라이버샷을 점검받아 봤다. AI 최경주는 기자에게 “셋업에서 상체가 우측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다”며 “다운스윙 시 상체가 우측에 남아 뒤땅을 치거나 탄도가 지나치게 높은 볼이 나올 수 있으니 셋업을 조정하라”고 조언했다. 점수도 “82점”이라고 매겨줬다. 레슨 마지막에는 “이제 잘할 수 있겠죠잉?”이라며 독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AI로 구현된 캐릭터지만 최경주 특유의 완도 사투리 억양이 살아 있어 생생함을 더했다. 갤러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대회를 찾은 한 남성 갤러리는 “오 이걸 잡아내네”라고 감탄했다.
AI 최경주는 대회 곳곳에서 활약을 펼쳤다. 방송 중계 중간에도 AI 최경주는 대회 정보, 관전포인트 등을 소개했다. 최경주의 어린 시절 사진에서 복원한 ‘소년 AI 최경주’와 진짜 최경주의 대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소년 AI 최경주가 “골프를 치고 싶은디 돈이 많이 들어서 걱정”이라며 진한 완도 사투리로 걱정하자 최경주는 “산에서 공을 주워 닦아서 팔면 용돈도 벌고 주변 분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는 백석현(33)이 중간합계 12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는 1·2라운드 통틀어 단 1개의 보기만 기록할 정도로 신들린 샷감을 보였다. 최경주는 중간합계 1언더파로 무난하게 커트 통과했다. 이를 통해 최경주는 SK텔레콤 오픈 최다 출전(21회), 최다 우승(3회), 12년 연속 커트 통과 기록을 세우게 됐다.
서귀포=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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