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중절 수술을 강요한 예비 시댁이 수술 한 달 후 파혼을 통보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분통을 터뜨린 여성에게 변호사는 부당한 약혼 해제에 해당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일방적인 파혼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A씨의 사연은 지난 1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소개됐다. A씨는 "지인의 소개로 큰 사업체를 운영하는 재력가를 만났고 '모든 게 준비돼 있으니 몸만 오면 된다'는 둥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쳐 결혼을 결심했다"며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진행한 후 동거하면서 결혼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그의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몸만 오면 된다'던 약혼남 B씨가 당초 말과는 달리 예물로 고가의 차량과 생활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예비 시어머니는 "내 아들 돈 보고 결혼하는 거냐. 네 몫을 다해라"면서 A씨를 몰아세웠다고. A씨는 결국 B씨에게 3억원 상당의 고가 차량을 예물로 주고, 동거하는 두 달간 200만원 상당의 돈을 생활비로 냈다고 한다.
그렇게 예식장을 예약하던 날, 뜻밖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A씨는 B씨와 예비 시어머니에게 이를 알렸다. 그러자 예비 시어머니는 "결혼식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아이가 생기는 건 흠"이라며 임신중절 수술을 권했다. A씨가 "아이를 지울 수 없다"고 사정했지만, B씨 역시 "어머니 말대로 하자"고 수술을 강요했다.
예비 시댁의 뜻대로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A씨는 일방적으로 약혼 해제를 통보받았다. 더욱이 예비 시어머니는 더 이상의 대화를 막기 위해 B씨의 집에 있던 A씨의 옷과 짐을 A씨 본가로 보냈다. 집 비밀번호까지 바꾸면서 예비 시어머니는 A씨에게 "정식으로 살림을 합쳐서 제대로 산 것도 아니고 결혼하려다가 깨진 것뿐인데, 무슨 피해를 봤냐"고 되레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A씨는 "모든 것들이 전부 일방적이기 때문에 억울하고 분하다"며 "저는 이 사람들을 상대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먼저 A씨와 B씨의 법률관계가 약혼에 해당할지, 사실혼에 해당할지에 주목했다.
다만 두 사람의 약혼 관계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부당한 약혼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B씨가 지속해서 무리한 금전 요구를 하다가 결국에는 임신 중절 수술을 강요했고 끝내 특별한 사유 없이 약혼 해제를 통보했으니 B씨가 그 손해 배상을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그 모친 역시 B씨의 약혼 부당 파기에 관여한 것으로 그 귀책이 인정돼 B씨와 함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위자료는 통상 적게는 5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예물로 준 고가의 자동차 역시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예식장 계약금, 웨딩 사진 계약금 등 결혼과 혼인 생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소모한 비용임이 인정된다면 해당 약관 해제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생활비의 경우에도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면서 불필요하게 소모한 비용으로 주장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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