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명의 동창들 연락처를 타고 A씨와 통화하면서 김씨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지난날 수백대 1의 경쟁률이 뻔한 곳에 요행을 바라고 청약통장을 넣었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A씨는 예전 내 집 마련했던 기억을 털어놓으면서 "내가 돈이 어디 있었겠냐. 당연히 민간분양은 쳐다보지도 못했다"며 "공공임대나 분양에 살면서 차근차근 기회를 밟으면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약홈만 백날 보면서 로또 떨어지기를 기대하지 마. 시야를 넓게 계획을 길게 잡아야지 어떻게 한 방에 로또가 되니"라는 따끔한 충고를 들었다.
최근 내 집 마련 고수들이 추천하는 곳은 '뉴홈'의 청약을 받는 '사전청약' 홈페이지다. 뉴홈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분양이다. 내달 2차 사전청약을 받을 예정인데, 서울에서 묶혀있던 '노른자' 땅에서 새 아파트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동작구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와 성동구치소 용지 등으로 입지와 규모에 있어서 '역대급'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동작구 수방사 용지는 255가구가 사전청약을 통해 나올 예정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데다 지하철 노량진역(1·9호선)과 노들섬역(9호선) 사이에 있어서 교통이 편리하다. 초등학교는 거리가 있지만 '한강뷰' 만으로 단점을 커버한다. 시세 대비 80% 이하로 분양가가 책정될 예정인데, 예비 청약자들은 모집공고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인 호갱노노에서 최근 일주일간 검색한 이들의 수가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수요자들의 관심사는 단연 분양가다. 집값 하락으로 인한 시세가 반영될지 여부고 관심사다. 본동 '래미안트윈파크'의 경우 전용면적 84㎡가 2021년 4월에 17억5000만원까지 뛰었지만, 작년 12월에는 14억5000만원으로 3억원 빠졌다.
송파구 가락동 162 일대에 있는 성동구치소 또한 주목받는 입지다. 강남권인데다 대단지로 조성되고 인프라가 풍부하다. 총 1115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며, 이중 320가구만이 공공분양 사전 청약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오금역(3·5호선)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역세권인데, 초·중학교도 단지와 바로 붙어 있다. 오금공원, 송파도서관, 경찰병원 등이 가깝다. 예정지 바로 옆의 '래미안파크팰리스' 전용면적 84㎡는 이달들어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8월과 지난달에는 18억원대의 실거래가가 신고됐다.
이들 2개 단지를 비롯해 사전청약 물량은 수도권 9개 단지 총 3638가구 규모의 물량이 나올 예정이다. 나눔형(시세 70% 이하)·선택형(6년 임대거주 후 분양 선택)·일반형(시세 80% 수준) 3가지 공급유형이 모두 공급된다. 나눔형으로는 마곡 10-2(260가구), 마곡 택시차고지(210가구), 남양주 왕숙 A19블록(942가구), 안양관양 A2블록(276가구) 등이 예정됐다. 선택형으로는 남양주진접(500가구), 구리갈매역세권(300가구)이 공급된다. 성동구치소(320가구), 동작구 수방사(255가구), 남양주왕숙 A14블록(575가구) 등은 일반형으로 공급을 앞두고 있다.
보류지가 어디에 나오는지, 어떻게 입찰을 하는지를 알아보려면 '정비사업 정보몽땅(클린업)' 홈페이지를 보면 된다. 메뉴에서 알림마당 내에 '조합입찰공고'를 보면 보류지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다만 보류지는 일반 분양과 달리 최고가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한다. 계약과 중도금, 잔금 등을 짧은 시간 안에 치러야 하는 건 부담이다. 때문에 지난해 집값 하락기와 금리상승이 겹치면서 보류지 인기는 시들했다. 최근 시장이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조합도 보류지 매각 가격을 낮추면서 '숨은 로또'가 되고 있다.
최근 강남구 대치동 대치2지구(르엘대치) 재건축 조합이 내놓은 보류지가 지난해 4월부터 줄줄이 유찰되다 다섯번 만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전용면적 59㎡ 19억2600만원, 77㎡ 23억7600만원이다. 조합 측은 초기 입찰 기준가 보다 눈높이를 낮춘면서 주인을 찾아갔다. 최근 시세 대비 2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치구마을1지구(대치푸르지오써밋) 재건축조합은 내놓은 13가구의 보류지 중 일부가 낙찰됐다. 조합측은 나머지 가구에 대해 입찰 재공고 보다는 입주 후에 부동산을 통해 팔 예정이다.
다른 조합에서도 보류지들이 대기하고 있다. 홈페이지의 공고를 살펴보고 가급적 조합에 직접 문의한 후에 입찰에 나서는 것이 좋다. 단기간에 필요자금을 끌어와야 하다보니 미리미리 자금사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청약홈이라도 '무순위'에서는 로또에 버금가는 아파트들이 나온다. 청약자격조건을 상실하거나 부정 청약 등 사유로 계약이 해지된 물량들이다. 이미 입주된 아파트에서도 나오는 경우가 있다보니 눈여겨 볼 만하다.
실제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일대에 작년 9월에 입주한 '래미안 엘리니티'(1048가구)에서 무순위 청약이 2가구 나왔다. 전용면적 74㎡로 8억2200만원에 공급된다. 매물들의 가격이 13억원대를 웃돌고 있어 5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그러나 특별공급에서 취소분이 나왔기 때문에 조건을 살펴야 한다. 기관추천분 1가구와 신혼부부 1가구 등 2가구로 오는 30일 청약을 받는다.
한편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에 계획된 민간 아파트 청약도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모처럼 물량이 많이 나오는데다 단지에 따라서는 시세차익 내지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자료에 따르면 연내 서울의 분양 예정물량은 3만3170가구다. 이 중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2만9216가구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공급된 서울의 분양물량(2만5280가구) 보다 많은 분양 물량이 하반기 집중 공급될 전망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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