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둥관시의 신축 아파트 시세는 평(3.3㎡)당 4만위안이다. 한국 돈으로 약 750만원 수준. 2~3인 가구가 사는 24평 아파트를 구매한다면 1억8000만원 정도 든다. 그런데 이 아파트를 시세 5 분의 1 수준으로 ‘거저’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화웨이 둥관시의 연구개발(R&D) 센터인 옥스혼(Ox horn) 캠퍼스에서 3년 이상 일한 연구인력들이다. 이들은 회사의 지원을 받아 평당 8500~9000위안(약 160~170만원)에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 화웨이는 연구 인력들에게 이같은 파격적인 대우를 제공하며 R&D에 힘을 쏟고 있다.
공사비만 100억위안(1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이 캠퍼스는 화웨이의 R&D 센터로, 2014년 착공해 2019년 완공됐다. 둥관 캠퍼스가 지어지면서 선전시의 화웨이 본사에서 일하던 R&D 인력 대부분이 이곳으로 옮겨왔다. 3만여명의 직원 중 2만5000여명이 R&D 인력이다. 주로 컴퓨팅, 전자, 자동화 등을 전공한 석박사 출신으로, 시안전자과학대 졸업생이 많다.
캠퍼스가 위치한 둥관은 선전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2선 도시다.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이나 베이징처럼 IT 메카로 알려진 1선 도시는 아니다. 그럼에도 화웨이와 알리바바 등 중국 대기업은 이 도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1선 도시의 인건비와 물가가 높아지자 선전 대신 근처 둥관에 대규모 캠퍼스를 지은 것이다.
화웨이가 R&D에 사활을 거는 배경엔 미국의 제재가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가해지자 화웨이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부터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거나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세계 2위까지 올랐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곤두박질 쳤다. 2021년엔 매출이 2020년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
위기 상황에서 화웨이가 찾은 돌파구는 R&D 투자다. 매출에 중대한 타격을 입은 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투자 금액을 쏟아부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배경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화웨이에 65억5000만 위안(1조25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연봉 수준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화웨이 관계자는 “보안 사항이라 연봉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다”고 말을 줄였다. 다만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들이 모여있는 선전시에서도 화웨이 직원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둥관=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