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학생 성장·산업 변화 맞춰 6·3·3·4제 바꿀 때"

입력 2023-05-21 17:57   수정 2023-05-22 10:10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지방대에 퇴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4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학생 수가 줄면서 재정이 열악해진 지방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학이 학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재학생의 학습권 보호, 교직원 일자리 유지 가능성, 재산 처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통폐합을 포함한 과감한 해법을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학 문을 닫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회생하려고 큰 노력을 했지만 불가능한 학교와 문을 닫는 게 나을 것 같아 폐교를 선택하는 대학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확한 현장 진단이 필요하고, 통폐합 등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를 닫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보다는 꼭 필요한 곳만 지원하는 방향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대 회생을 위해 특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각 지역 특색에 맞게 과학, 디지털, 인문학 등 경쟁력 있는 학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화·의료·복지 인프라가 갖춰지고 지역 산업과 지방대가 연결돼 원활하게 움직여야 지역도 살릴 수 있다”며 “지역에 필요한 직업 평생교육의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자율성도 강조했다. 특히 입시 과정에서 대학별로 학생 선발 기준을 달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학교의 설립 정신, 교육 역량에 따라 스스로 어떤 학생을 뽑을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절대평가로는 학생의 실력과 역량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고 창의력도 키우기 어렵다”며 “공정성과 신뢰성을 갖춘 새로운 평가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연한 해법을 여러 차례 강조한 이 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는 학생의 발달 수준 등을 고려해 현행 ‘6·3·3·4제도’(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자체를 다시 디자인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초·중등 교육을 거친 학생을 대학이 가르치는 방식이지만 산업, 일자리 등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교육 체계 전반을 놓고 논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년 단위를 바꾸는 것, 3월 학기제를 유지할지 9월 학기제로 전환할지 등에 대해서도 큰 그림을 다시 의논할 때가 됐다”고 제안했다.

공교육 강화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먼저 방과 후 수업에서 체육, 음악, 미술, 예술 등 예체능 수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규 과정에서 채워지지 않는 수요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학생의 진로와 특기를 찾아주는 등 전인적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선생님 한 명당 학생 수가 줄고 있는 만큼 개별적 지도가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공교육 정상화는 학부모들이 학교에 기대하고, 신뢰하게 하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다 해준다는 믿음을 주면 돈을 더 내면서 학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모든 학교에 상담교사를 확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그는 “진로상담뿐 아니라 사회, 가정, 학교생활 전반에 고민과 갈등을 나눌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며 “학교폭력 예방 및 보호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질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시급한 과제는 서둘러야겠지만 교육 관련 문제를 한 번에 풀어내는 해결책을 내놓을 순 없다”며 “입시 제도의 안정성, 사회적 공감대, 제도의 지속성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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