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박윤규 2차관이 22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방문해 임무중심 연구개발(R&D)을 국내 다른 연구기관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임무중심 R&D는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 국가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 내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R&D를 말한다. 연간 10조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연구기관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가장 우선순위에 둔 과학기술 정책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말 미국 국빈 방문 때 외국 정상으로서 처음 찾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임무중심 R&D 기관으로 꼽힌다.
ETRI는 이날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SW), 6세대(6G) 이동통신, 메타버스 디스플레이, 보안, 융합기술 등 6개 분야에서 추진 중인 임무중심 R&D 계획을 과기정통부에 소개했다. 2027년 엑사(초당 100경 번 연산) 스케일 AI 컴퓨팅 시스템 개발, 2025~2026년 6G 개념 검증 및 시연, 2027년 차세대 AAM(첨단에어모빌리티) 플랫폼 개발, 2028년 6G 입체통신 표준 선점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들 과제는 연구결과(논문·특허·기술이전 등) 산출 시한 등 목표를 정한 뒤 외부 민간 전문가(PA:Performance Assistance)를 통해 강도 높게 성과를 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TRI는 연구성과별로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먼저 과기정통부가 지정한 과제에 대해 '경쟁형 단계평가' 제도를 도입해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을 따로 지원하기로 했다. 인사평가땐 이런 성과 창출 여부를 따져 연봉 차등폭을 확대할 방침이다.
ETRI는 전전자교환기(TDX), 2세대 이동통신(CDMA) 등 통신 분야 원천기술의 산실이다. ETRI의 연간 예산은 올해 기준 6834억원으로 정부 산하 출연연구소 가운데 가장 많다. 예산 중 정부 직접 지원금인 출연금은 1126억원(16%)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기업 등과 연계한 수탁과제다. ETRI가 출자, 직접 지원 등으로 배출한 기업은 140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진시스템, 수젠텍 등 상장사도 있다.
박윤규 2차관은 "한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정부출연연구소인 ETRI가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성과중심 연구 조직으로 혁신을 선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며 "다른 출연연구소들에게 모범이 되어 임무중심 R&D가 더욱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분야 공공 연구기관은 약 80개가 있다. 정부출연연구소·국공립연구소·전문생산기술연구소로 나뉘며 연간 10조원 이상 예산이 배정된다. 출연연구소가 예산 대부분을 쓰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창의재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45개 유관기관 예산은 제외한 수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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