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3일 15: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금 부자'로 유명한 삼천리가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등 실탄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비쳐지고 있다. 성장성이 부족한 그룹의 새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천리(AA+)는 오는 31일 1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을 전날 실시했다. 수요 예측에서 2년 만기 500억원 모집에 2650억원, 3년 만기 1000억원 물량에 4200억원을 접수받아 총 68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주문이 몰려 2년물 900억원, 3년물 1500억원 등 총 2400억원으로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삼천리가 회사채 시장에 등장한 건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삼천리는 현금이 많은 자산기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 381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기타 금융자산까지 포함하면 1조267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그럼에도 회사채를 발행해 2400억원을 확보하는 것을 놓고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금 확보로 해석하고 있다.
삼천리는 M&A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올해 사업개발총괄 부문 산하에 M&A1팀과 M&A2팀을 배치했다. 또 별도로 삼천리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 라이선스를 받기 위한 금융당국 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조만간 당국 심사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삼천리 사업개발총괄은 이태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를 거쳐 2021년 말 삼천리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까지 전략 총괄에 있던 인력을 M&A팀으로 재배치하고 새로 인력을 영입하는 중이다. 삼천리의 주력 사업인 도시가스업은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이 미미하다. 그룹 내부적으로 신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자체 M&A팀을 키우려는 목적은 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대한 데이터를 쌓고 자체적인 노하우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삼천리는 보수적인 문화를 갖고 있어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 대신 직접 인수 후보군과 컨택해 매매하는 수의 계약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M&A 참여 과정에서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보수적인 문화를 갖고 있어 자체적인 M&A 역량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이장균·유성연 회장이 공동 창업한 삼천리그룹은 지역 도시가스,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삼천리 계열과 해외 자원 개발을 맡는 에스티인터내셔널(옛 삼탄) 계열로 나뉜다. 이 명예회장 집안과 유 회장 집안이 삼천리 지분을 19.5%씩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기회가 오면 규모 있는 M&A를 통해 신사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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