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거래도 신용 한도 규제…'빚투' 위축되나

입력 2023-05-22 18:12   수정 2023-05-23 00:48

금융감독당국이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를 신용공여 잔액에 합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CFD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레버리지도 증권사의 총신용 한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CFD를 통해 규제 한도 외 레버리지 거래를 해온 주요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대출 관리에 나설 경우 증시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CFD는 사실상 개인 신용융자”
22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CFD를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하는 내용 등을 담은 CFD 건전성 개선 방안을 이르면 이달 말 발표한다. 금융위는 금융투자협회 등과 함께 CFD 제도 개선 작업반을 꾸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CFD는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증권사를 통해 투자 포지션을 잡아 진입·청산 가격의 차액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증거금 40%로 원금의 최대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다. 증거금 40만원으로 증권사가 제공한 레버리지 60만원을 더하면 주식 100만원어치에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사실상 개인 신용융자와 다름없는 60만원은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CFD 레버리지가 금융감독당국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비판 의견도 수용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CFD도 증권사의 대출처럼 다뤄야 자본시장 건전성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13개 증권사의 CFD 거래 잔액은 총 2조8000억원 규모다. 구체적인 신용공여 한도 반영 비율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론상으로는 증거금(통상 40%)을 제외한 1조7000억원가량이 신용공여 한도에 새로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키움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CFD 거래가 활발한 주요 증권사는 수천억원의 신용공여액을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 증권사 대출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대출할 수 있다.
증권사 대출 여력 줄어들 듯
금융당국은 CFD를 합산하더라도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잔액 비율이 법상 규제 비율을 넘어서는 증권사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는 중소기업 등 기업금융 관련 신용공여에 대해서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한도를 늘려주는 조항도 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증권사들의 신용공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자기자본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에 새로운 규제 조항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는 개인 투자자와 기업, 전담중개(헤지펀드) 등에 신용공여 할 수 있다. 통상 주식담보 대출을 비롯한 개인 투자자 관련 신용공여 비중이 가장 크다.

CFD 거래 규모가 큰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신용공여 잔액의 고삐를 죄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비해 자기자본의 70% 안팎에서 신용공여 한도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비중이 자체 한도에 이르면 신용거래융자, 신용거래대주, 증권담보대출 등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식 등으로 신용공여 한도를 관리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달 말 기준 신용공여액이 자기자본의 91.1%에 달했다. 삼성증권(69.9%), 한국투자증권(60.9%) 등도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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