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 기술로 신시장 여는 파나시아

입력 2023-05-23 16:06   수정 2023-05-23 16:08

“이산화탄소가 천연자원으로 떠오르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겁니다.”

이수태 파나시아 회장은 최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CCS(탄소포집장치)를 앞세워 25일 벡스코에서 열리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2023)의 메인 무대를 장식하고 말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CCS는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끌어모아 액화 처리를 거친 뒤 탱크에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16일에는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과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등 지역 재계 주요 인사를 초청해 CCS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제3공장 ‘그린 EPC 센터’ 기공식을 열었다. 200명이 넘는 엔지니어가 고용되며, 지역 설계 및 부품 제조사 등 협력 업체 40여 곳의 고용효과까지 감안하면 15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수소 경제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관련 기술이 무르익지 않은 데다, 시장성을 확보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경제 전환으로 향하는 과정에 CCS가 있다는 믿음이다. 이 회장이 이런 판단을 내린 데에는 수소 개질 장치부터 이차전지 관련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 끊임없는 투자가 배경이 됐다. 2019년 만들어진 제2공장이 든든한 역할을 했다. 파나시아는 제2공장을 주축으로 친환경 설비 제조와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바로 CCS다.

시장은 무르익었다. 우선 선박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해운산업 적용, 유럽 중심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해 해운 탄소 집약도(CII) 감소 등의 새로운 규칙들이 나와서다. CII 등급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선박은 곧바로 구류된 뒤 폐선으로 이어지는 아주 강력한 규제다.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에 따라 철과 알루미늄, 시멘트 등 육상에서 이뤄지는 사업도 강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CCS의 필요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산화탄소의 활용처도 중요하다. 이 회장은 탄소중립 관련 규제가 확산하면 결국 이산화탄소에 시장 가격이 매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CS를 통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스마트팜이나 용접, 드라이아이스 제조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CCS가 이산화탄소 상품화의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파나시아는 2018년 매출 3500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다섯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경험했다. 당시에는 IMO(국제해사기구)에서 정한 친환경 규제가 시행되는 해였다. 새로운 규제가 적용되면서 파나시아는 스크러버(탈황장치)와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중심으로 중견기업으로 올라섰다. 이 회장은 “CCS 시장은 서서히 열리고 있으며, 과거처럼 신규 시장이 아주 빠른 속도로 급격하게 형성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미 성과는 나오고 있다. 파나시아는 지난달 HMM, 삼성중공업, 한국선급과 CCS 통합 실증 연구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HMM이 실제 운항 중인 2100TEU급 컨테이너 선에 CCS를 탑재하고 해상 실증 연구를 진행하는 사업이다. 하루 24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화 저장하는 기술이다. 이외에도 파나시아는 국내 주요 대기업과 굵직한 계약을 체결해나가며 친환경 설비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파나시아는 그린 EPC 센터를 통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종합 컨설팅 사업을 접목할 예정이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경제성 분석부터 시작해 선박과 플랜트 등에 설치하기 위한 설계 과정이 포함된다. 제조부터 시공까지 아우르는 프로젝트다. 이 회장은 “반도체와 바이오 등의 첨단 산업은 이미 수도권에 구축됐다”며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조선산업을 비롯해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장치 산업이 기반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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