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올 들어 공격적 회사채 발행 '5대그룹 중 최대'

입력 2023-05-23 15:35  

이 기사는 05월 23일 15: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들어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SK그룹의 회사채 발행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부진, 배터리 투자 확대 등으로 돈줄이 점차 마르자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코스콤체크시스템에 따르면 SK그룹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43조8639억원(19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3조464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484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9년(3조8444억원)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발행 잔액이 확대되는 추세다. 회사채 발행 잔액이 늘어났다는 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보다 더 많은 회사채를 신규 발행했다는 뜻이다.

5대 그룹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다. 올 들어 LG그룹(1조3470억원) 포스코그룹(9950억원) 현대자동차그룹(950억원) 등과 비교해 SK그룹의 회사채 발행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오히려 970억원 발행 잔액이 줄었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SK하이닉스(6700억원), SK이노베이션(6000억원), SK E&S(3200억원), SK지오센트릭(3000억원), SK가스(1700억원), SK텔레콤(1500억원) 등의 순으로 회사채 발행 잔액이 커졌다.

올해 들어 SK그룹은 회사채 시장의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올해 1분기에만 16개 계열사가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 단일 발행 기준 역대 최고액인 1조3900억원을 조달한 게 대표적이다.

2분기 들어서도 SK그룹 회사채 발행 ‘러시’가 나타나고 있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지난 2월 390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지난 19일 3개월 만에 다시 3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열었다. 총 1조780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보해 오는 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SK텔레콤(최대 4000억원)과 SK스페셜티(최대 2000억원) 등도 이달 중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뿐 해외 시장에서도 자금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25억달러 외화채를 발행한 데 이어 지난달 해외 시장에서 17억달러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처음으로 외화채 시장을 찾은 SK온은 KB국민은행의 보증을 받아 9억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의 과도한 재무부담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심 ‘캐시 카우(수익창출원)’인 반도체 사업이 주춤한 데다 배터리 투자 자금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황 악화로 올해 1분기 3조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SK온도 1분기 영업손실 3447억원으로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회사채 발행 확대에 따른 이자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저금리 시대에 발행했던 SK하이닉스의 회사채는 대부분 1~2% 수준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로 지난 2월 발행된 SK하이닉스의 회사채는 3년물 연 3.825%, 5년물 연 4.266%에 금리가 책정됐다.

이자비용 감내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EBITDA/총 금융비용)도 감소세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그룹의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26.4배에서 지난해 17.8배로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은 배율이 낮을수록 기업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그만큼 나빠진 것을 의미한다.

SK그룹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일부 우려와 달리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 금액을 훌쩍 넘는 매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그룹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4조7700억원 규모다. SK그룹의 총차입금은 2020년 67조8230억원, 2021년 82조3100억원으로 오름세다. 차입금의 부문별 비중은 반도체 24%, 정유?화학?배터리 부문 26%, 정보통신 13% 등이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회사채 발행뿐 아니라 은행 대출 등 다양한 자금 조달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SK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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