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을 비롯한 주요 정당들이 혁신하지 않으면 외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를 열어 "한국이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는 것 같다"며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게 제 결심"이라며 향후 정치 행보를 예고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 등의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 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현 정부의 외교전략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커졌다가 아니라 안 들리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미국도 할 말을 하는 동맹을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파트너인 동맹국의 지도자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만 파트너로 가치가 커질 것이며 미국은 그런 지도자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더 목소리를 내야 하는 분야로 반도체를 지목하고서 "미국 정부는 한국이 계속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자칫 경제적으로 취악해지면 미국에도 동맹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총리는 미국에 대해 "미·중간 경쟁으로 한국이 처한 곤란한 상황을 이해하는 "열린 동맹"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열린 동맹은 동맹 역량의 총량을 키우는 방향이라면 미국과 전술적으로는 부분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도록 열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가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과 합의한 내용을 계승하지 않아 남북관계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 정부가 이전 정부의 남북관계 결과를 부정하고 백지처럼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총리 재임 기간 제일 아쉬운 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의 골간은 바뀌지 않도록 하는 뭔가를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 전 총리는 1년 간의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 업무를 끝내고 다음달 20일께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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