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아는 ‘인어공주’ 얘기다. 1989년 디즈니가 장편 애니메이션을 내놓은 이후 가족 영화로 사랑받아온 인어공주가 24일 실사판으로 돌아온다. 메가폰은 인기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만든 롭 마셜이, 음악감독은 인어공주 애니메이션 원작의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앨런 멘켄이 맡았다.
개봉하기 전부터 이 영화가 유명해진 것은 실력파 제작진 때문이 아니었다.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에리얼’) 역을 맡아서다. 원작 인어공주의 흰 피부는 어두운 갈색으로, 풍성한 생머리는 레게머리가 됐다. 디즈니 팬들 사이에선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주의’ 때문에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작품을 ‘흑인 인어’로만 설명하기엔 아쉽다. 에리얼의 외모 말고도 원작과 차별화한 요소가 많아서다. 실사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세 가지로 추렸다.
아이맥스 화면으로 보면 4차원(4D)이 아닌데도 멀미가 날 만큼 현실적이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인어들의 움직임도 어색하지 않다. ‘드라이 포 웨트(dry-for-wet)’라는 촬영기법 덕분이다. 블루스크린 앞에서 배우를 와이어에 매단 채 찍는 기법이다. 이렇게 하면 물속에서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 이렇게 촬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베일리가 새벽 4시에 체육관에서 운동한 뒤 촬영에 들어간 이유다.
‘파트 오브 유어 월드’ ‘언더 더 씨’ 등 인어공주의 대표곡을 작곡한 멘켄이 참여했다. 이들 곡은 원작의 명곡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돋운다.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신들은 “귀여웠던 플라운더, 세바스찬이 징그러워졌다”고 지적했다. 에리얼 언니들의 콘셉트도 아쉽다. 디즈니는 ‘각 인어공주가 일곱 대륙의 바다를 다스린다’고 설정했다. 에리얼의 여섯 언니는 각자 다른 피부색과 능력을 갖춘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살리려고 한 탓인지, 여섯 언니는 잠깐 등장하고 만다.
원작이 있는 다른 실사 영화처럼 인어공주도 호평과 혹평을 함께 안고 문을 열었다. 1989년 개봉한 인어공주가 슬럼프에 빠진 디즈니에 ‘제2의 전성기’를 안겨준 것처럼, 에리얼이 실적 부진에 빠진 디즈니에 ‘제3의 전성기’를 안겨줄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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