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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헤지펀드들이 최근 ‘증시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연초 대비 10% 가까이 오른 S&P500지수가 당분간 랠리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 결과다. 월스트리트에선 S&P500지수가 3800~4200의 박스권을 뚫고 4300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만삭스 통계를 인용해 헤지펀드들이 2주 연속 미국 주식을 사들였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직전 5주간 매도세가 이어지다 매수 흐름으로 반전했다. 모건스탠리가 중개하는 헤지펀드 고객사의 순레버리지(매도 대비 매수 포지션 비율)는 올해 들어 최고치로 치솟았다. 순레버리지가 높을수록 매수세가 강하다는 의미다.
올 들어 미국 주식시장에 3조달러(약 3936조원)의 뭉칫돈이 유입되자, 홀로 상승장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 심리가 시장에 여전하다는 진단이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위기 우려와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 부채 한도 상향 협상 교착에 따른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 등 ‘겹악재’ 와중에도 S&P500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9.12% 상승했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4000선을 넘긴 뒤 은행위기가 발생한 3월 3800대로 떨어졌다가 회복세를 되찾아 4200 코앞까지 올랐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글로벌전략가는 “대형 기관의 위험관리자들은 ‘증시가 오르는데 빈둥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다.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고,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시장에 참가하지 않아 치러야 할 대가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S&P500지수가 연말께 4300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목표치(4000)에서 0.02% 상향 조정한 것이다. S&P500지수가 마지막으로 4300선을 웃돈 건 지난해 8월이다. BoA 전략가들은 “기업의 효율성이 증대되면서 ‘실적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은 수십 년간 이어온 ‘재정적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효율성과 자동화, 인공지능(AI) 등 ‘구조적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외 다른 증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 토픽스지수는 1990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고,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지수도 15개월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세계 증시에서 자금을 굴리는 헤지펀드의 순레버리지는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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