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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사진) 브리지워터 창업자가 올 1분기에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비중을 늘리고 미국 ETF를 줄였다. 신흥국 증시를 미국보다 유망하게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리지워터가 가장 많이 보유한 업종은 필수소비재로 나타났다. 브리지워터는 중소형 지역은행주뿐 아니라 JP모간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대형 은행주까지 모두 팔아치웠다.
신흥국 ETF 비중 늘려
달리오가 이끄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가 지난 1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말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3개가 ETF였다. 이 중 1위는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스 코어 MSCI 이머징 마켓 ETF(5.32%)다. 브리지워터는 2016년 3분기 처음 이 종목을 사들인 이후 꾸준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아이셰어스 코어 S&P500 ETF는 4.59%의 비중으로 2위를 차지했다. 아이셰어스 코어 MSCI 이머징마켓 ETF를 330만 주(22%) 사들인 반면, 아이셰어스 코어 S&P500 ETF는 23만 주(-11%) 팔았다. 미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신흥국 시장에 대한 노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트러스트 ETF도 브리지워터의 포트폴리오에서 7위를 차지했지만, 직전 분기에 비해 비중(-10%)을 줄였다.
브리지워터의 1분기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은 필수소비재(27.29%)였다.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5개가 필수소비재 및 관련 기업이다.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에서 필수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분기까지 1% 안팎에 불과했는데 2020년 3분기 10%를 넘어섰고 이제는 4분의 1을 넘길 만큼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생활용품기업인 P&G 비중이 4.49%로 필수소비재 기업 중 1위, 전체 투자 종목 3위였다. 펩시코(3.12%) 코카콜라(3.08%) 코스트코(2.61%) 월마트(2.40%) 등 필수소비재 및 관련 대표 기업도 보유 중이다. 다만 브리지워터는 이들 5개 종목의 포트폴리오 비중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21% 축소했다.
비자카드는 15만 주를 추가 매집해 전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0.95%에서 1.36%로 높였다. 브리지워터는 또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투자를 늘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이번 분기에 156만 주 새로 사들여 비중을 1.46%로 확대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46만 주(86%)를 매입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0.35%에서 1.3%로 키웠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존슨앤드존슨과 수술용 로봇 제조사 인튜이티브서지컬 주식을 각각 1만9000주, 10만 주 추가로 사들였다.
은행주 대거 처분
브리지워터는 1분기에 보유 중이던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과 JP모간 주식을 각각 320만 주, 70만 주 처분했다. 두 종목은 지난해 말 기준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두 종목의 지분 가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062억달러(약 2120억원), JP모간이 928억달러였다. 브리지워터는 웰스파고 주식도 172만 주 팔았다. 씨티그룹은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인 66만 주를 매도했다.지역은행주도 정리했다. 뱅크오브하와이, 시티즌파이낸셜, 팩웨스트뱅코프 등의 지분을 전반적으로 줄였다. 로이터통신은 “브리지워터는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 이후 은행권 줄도산 공포가 미국을 넘어 유럽에도 확산하자 유럽 은행주 비중도 줄였다”고 전했다. S&P500 은행지수는 올 들어 15%가량 떨어졌다. 브리지워터의 1분기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3.05%다. 브리지워터는 한때 포트폴리오의 90% 이상을 금융주로 채웠는데 2020년 3분기 40.65%로 줄였다. 이듬해인 2021년 4분기엔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주 비중(24.64%)이 필수소비재(25.77%)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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