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에 이어 구찌가 약 2주 간격으로 서울에서 패션쇼를 개최하자 프랑스 언론이 콧대 높은 유럽 명품 기업들이 구애하는 서울의 위상을 조명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는 22일(현지시간) 유럽 명품 업계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일본 도쿄에 이어 한국의 서울에 주목하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르피가로는 유럽 명품 브랜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을 무시하던 거만함은 사라지고,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지난 3월 방한한 것이나 샤넬이 블랭핑크 제니를 홍보대사로 내세운 점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올해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한국 첫 플래그십 부티크 문을 연 펜디 대표는 "이곳은 파리의 몽테뉴 거리, 도쿄의 오모테산도 거리처럼 (우리가) 꼭 있어야 하는 곳이 됐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르피가로는 모건스탠리가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가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2조원)로 추산돼 1인당 명품 소비가 325달러(약 43만원)로 세계 1위라고 발표한 보고서도 인용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보복 소비 바람이 불었고, 이것이 한국의 명품 소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한몫했다고 부연했다.
르피가로는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명품에 대한 관심은 겉모습으로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유교 사회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는 것처럼 명품 가방은 자신의 지위를 보여주는 사회적 갑옷이 됐으며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의 배출구가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 가정 꾸리기를 주저하는 젊은 층이 결혼할 때까지 부모와 살면서 월급을 당장의 즐거움을 좇는 데 사용한다고도 해석했다. 르피가로는 한국은 가계 부채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인데 여기에 도전이라도 하듯 성수동에 있는 디오르 팝업 매장 앞에는 젊은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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