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미분양 등 주택 시장의 리스크가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면서도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지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미래 가치와 입지를 감안해 아파트 매수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들어 매달 증가세다. 지난달 기준 3057건으로 3월(2981건)을 넘어섰다. 가계대출 총량규제 여파로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한 2021년 8월(4065건) 후 최고치다.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아파트 거래량은 1만635건으로, 작년 한 해 아파트 거래량(1만1971건)을 반년 만에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3월 30대 서울 아파트 매수 건수는 1059건으로, 전월(699건) 대비 51.5% 뛰었다. 30대 실수요자의 마음은 급해지고 있다. 결혼 2년차로 상계주공7단지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서모씨(36)는 “가고 싶던 상계동 아파트 시세가 한두 달 새 5000만~1억원씩 뛰었다”며 “금리가 내려온다고 하니 잠시 기다렸다가 집을 사야 할지, 당장 사야 할지 헷갈린다”며 “청약을 노려봐도 높아진 분양가가 부담스럽고 경쟁률은 치솟아 매력도가 떨어져 보인다”고 했다.
반등하는 아파트 시세와 함께 새 아파트 분양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년 전보다 9.6% 상승했다. 예컨대 작년 2월 센트레빌아스테리움영등포의 상한제 가격이 3.3㎡당 2600만원이었는데, 올 3월 영등포자이디그니티가 3.3㎡당 3410만원에 분양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풀린 데다 인건비와 건자재 값이 상승하고 있어 향후 분양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달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9.1포인트 오른 100.0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분양가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주거 이전비 등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다. 자재비 급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자재 항목을 바꾸기도 했다.
분양시장이 혼란스러운 시기지만 그래도 청약을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실거주 의무도 완화된 만큼 청약에 적합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패밀리오피스센터 팀장은 “84㎡ 미만은 추첨제 물량이 상당히 늘어났기 때문에 직장과의 거리나 아이 교육 등을 감안해 청약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오면서 원리금 상환 여력에도 숨통이 트이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은행권에서 실행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4%로, 지난해 10월 고점(연 4.82%) 대비 소폭 하락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은행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간평가사 평균 채권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3.885%로 작년 10월 말(연 5.136%)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출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게 호재로 꼽힌다. 우 팀장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는 시장이 흔들려도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이 정도가 최대치라고 보여진다”며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보면 본인 소득 대비 평균 25~35% 범위에서 원리금을 부담하는 수준으로 대출받으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청약이 아니어도 무주택자나 갈아타려는 1주택자는 상급지 매수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우 팀장은 “1주택자는 최초 집 구입 후 5~10년간 거주하는 게 일반적인 통계”라며 “생활권 내 새 아파트나 교육 등을 고려한 상급지 아파트 매수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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