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얽히기 싫다'…홍콩서 '장기기증 포기' 5700건 폭증

입력 2023-05-24 15:54   수정 2023-05-24 16:04


홍콩에서 최근 5개월간 6000건에 가까운 장기 기증 등록 철회 신청이 제기돼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23일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홍콩의 장기 기증 등록 시스템에 5785건의 등록 철회 신청이 제기됐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266∼1068건의 장기 기증 철회 신청이 제기됐던 것과 비교해 최대 20배 이상 철회 신청이 폭증한 이상 현상이 벌어진 것.

특히 5785건의 철회 신청 중 절반가량인 2905건은 애초에 장기 기증 등록을 한 적이 없거나, 이중 철회 신청으로 무효인 건수로 밝혀졌다.

철회 신청이 급증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와 상호 장기 이식 지원 프로그램 구축 가능성을 제기한 이후다. 당시 홍콩에서 심부전을 앓는 생후 4개월 아기를 대상으로 중국 본토로부터 기증받은 장기를 이식하는 첫 수술이 시행됐다.

이후 홍콩 정부는 "현지에서 이식할 적합한 장기가 없을 경우 본토와 상호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보건당국은 특정 플랫폼이나 개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장기 기증 수혜자의 신원을 조사해야 한다거나 기증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온라인에 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장기 기증 철회 신청의 이상 급증과 관련해 경찰이 수상한 사례를 조사할 것"이라며 "장기 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시스템에 피해를 주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과의 상호 장기 이식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일부 홍콩인들의 중국 의료 체계에 대한 불신과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중국 당국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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