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시장에서 자금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ESG 채권펀드에는 '훈풍'이 불며 자금 유입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ESG 주식펀드에서는 지속적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ESG 채권펀드 20개에 총 544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올해 초 1조6048억원이던 설정액은 전날 기준 2조1488억원으로 불어났다.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3334억원), 하이한국투자e단기채 ESG(1248억원), 하이ALL바른ESG채권(131억원) 등에서 큰 폭의 자금 유입이 나타났다.
기관들의 수요가 강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올 들어 ESG 투자에 대한 기관 내부의 지침 및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기관들이 ESG 요소가 강한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상황에서 ESG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채권 금리 하락에 따른 펀드 수익률 개선에 대한 기대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권 금리가 내리면 가격은 올라간다.
반면 ESG 주식펀드에서는 순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ESG 주식형 펀드에서만 1528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은 약 5개월 사이 1조6835억원에서 1조 530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마이다스책임투자(-845억원), 삼성유럽ESG(-200억원), 슈로더글로벌지속가능성장주(-136억원)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ESG 채권펀드와 달리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순유출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펀드가 얼마나 ESG 요소에 적합하냐'보다는 수익률에 더 관심을 둔다는 설명이다. ESG 주식펀드 54개의 평균 수익률은 13.71%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15.36%에 못미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당수의 개인투자자들이 ESG 펀드에서 2차전지 등 테마형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