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은 집값이 급등하고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됐다. 젊은 실수요자의 패닉바잉(미래 가격 인상이 두려워 무리하게 구매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시기를 앞당겨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정부는 올해 7430가구의 사전청약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사전청약을 진행한 3125가구와 더하면 총 1만555가구에 달한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0대 건설사의 민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총 1만5900여 가구라는 점에 비춰보면 작지 않은 규모다. 정부는 새로운 공공분양주택 브랜드인 뉴홈을 출시하면서 사전청약 물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사전청약을 시행한 2021년 하반기엔 시장 안정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지금은 금리 등 거시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높아진 금리 수준과 부동산 경기 냉각 국면에선 사전청약이 오히려 시장 침체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다.
한 대형 건설회사 임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 시기엔 사전청약 효과가 사실상 거의 없다”며 “분양가, 입주 시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사전청약 당첨자가 본청약에서 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첨자의 본청약 포기(미분양)가 시장 침체를 재확인시키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조차 정부의 사전청약 확대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이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과 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하락기에 낮은 가격으로 공급이 계속 이뤄지면 시장 침체를 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공공분양주택을 운영하는 LH 연구기관까지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밝힐 정도면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장에 역행하는 부동산 정책은 실수요자의 혼란만 가중할 뿐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