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예로 ‘주가는 오를수록 좋다’는 말은 듣기에 좋지만, 진실이 아니다. 주가는 기업 가치를 잘 반영할수록 좋다. 고평가된 주가는 언젠가 적정 가치를 찾아 돌아가는 게 진실이다. 우리는 이를 ‘시장의 효율성’이라고 부른다. 주가가 기업의 적정 가치를 더 오랫동안, 더 과도하게 벗어나 있을수록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의 고통도 더 커진다. 공매도같이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주가는 올라야 하고 주가를 떨어뜨리는 공매도 세력은 악마다’란 프레임은 그래서 위험하다. 라덕연 같은 주가 조작 세력이 활개 치는 숙주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그런 프레임이 개미 투자자는 물론 정치인이나 금융당국에도 먹힌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이 자본 시장을 더 혼탁하게 만들어온 배경이다.
과학보다 가짜 뉴스가 더 널리 퍼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과학은 어려운 반면 가짜 뉴스는 단순 명쾌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대부분의 핵종을 걸러낼 수 있고, 여기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도 바닷물에 희석되면 인간과 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며, 그렇게 희석된 삼중수소는 해류 때문에 4~5년이 지나서야 제주 해역에 도달한다는 과학적 사실은 어렵다. 일본이 우리 앞바다에 원전 오염수를 버려 우리는 곧 방사능 물고기를 먹게 될 것이라는 가짜 뉴스는 쉽다.
어렵고 불편한 진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를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지적 지구력’이 자꾸만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정도 지구력으로는 인공지능(AI)발(發) 가짜 뉴스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뻔하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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