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가 경상북도, 포스텍(포항공대), KAIST 등과 함께 의사 겸 과학자(의사과학자)를 키울 수 있는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 추진을 위한 여론 조성에 본격 나섰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갖고 치료제·백신 등 신약 개발과 난치병 극복 등 과학연구에 집중하는 과학자를 말한다.
포항시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 의대 설립 국회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세계 바이오·의료산업 시장을 한국이 선점하려면 공학에 기반한 의사과학자 양성이 절실하다”며 “의학과 이·공학 융합교육의 거점대학 설립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포스텍은 의사과학자와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목표로 연간 정원 50명 규모 연구중심 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초 공학 기반 의과대학인 미국 칼일리노이 의대 커리큘럼을 도입해 의·과학전문대학원 형태로 의사면허(MD)와 박사학위(PhD)를 취득하는 8년 과정의 복합학위과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500병상 규모의 스마트 병원과 의과학 융합연구센터 건립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민구 연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은 “한국 전체 의대생 중 의사과학자로 양성되는 경우는 전체의 1% 미만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역 제도를 개선하고 박사과정 수료자를 기초과학자·중개의학자·산업체 리더 등으로 다양하게 키우는 제도를 도입해 의대 정원의 5~10%는 의사과학자로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세대는 2013년부터 의생명·의공학·데이터사이언스 등 3대 분야 융합형 의과학자 인재 양성에 나서 지금까지 총 40명의 ‘MD-PhD’ 의과학자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철홍 포스텍 의과학전공 주무교수도 “기존 의사과학자의 이탈을 방지하고 연구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갖추고 연구 기반을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미래발전위원장(좌장)과 신찬수 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장인진 바이오특별위원회 위원장, 차유진 KAIST 의과학연구센터교수 등도 토론을 통해 다학제적 공동학위 프로그램 마련과 전 주기 전문성을 지닌 인력 양성프로젝트 추진 등 범부처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유진 KAIST 의과학연구센터 교수는 “의사과학자를 제도적 보호 아래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포스텍에 연구중심의대를 신설해 의과학자 양성에 힘을 보탠다면 대한민국 의료산업이 세계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대한민국 의료 혁신과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포스텍에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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