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비예르데 세계은행(WB) 수석부총재(사진)는 24일 서울 여의도동 페어몬트호텔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비예르데 수석부총재는 “한국은 WB의 지원을 받는 수혜국에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공여국이 된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며 “이제는 케냐, 중남미 등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성장 비결을 배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WB 한국사무소 개소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2013년 인천 송도에 문을 연 WB 한국사무소는 개도국 발전을 지원하는 지식 플랫폼 역할을 맡고 있다.
비예르데 수석부총재는 이날 기념식 축사에서도 “1960년 이후 약 60년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8달러에서 약 3만5000달러로 증가하며 연평균 7% 이상 성장했다”며 “다른 개도국에 영감을 주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과 기술 투자가 엔진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른 국가들은 특히 한국의 사이버 보안, 디지털 거버넌스, 혁신 정책 등 디지털 혁신 부문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탄소가격 설정, 에너지 전환 등 녹색성장 분야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비예르데 수석부총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빈곤이 확산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글을 읽거나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10세 이상 아이들의 비중이 코로나19 기간 57%에서 70%로 올라갔다”며 “교사의 질이 교육 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한국의 엄격한 교사 자격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성장을 위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WB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 비예르데 수석부총재는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워낙 커 전망조차 힘들다”고 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보다 은퇴자가 훨씬 많다면 젊은 세대에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국민연금 등) 연금의 재원 조달 문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경영학 및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7년부터 26년간 WB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 4월 유럽 및 중앙아시아 담당 부총재에서 수석부총재로 승격했다. 수석부총재는 총재와 사무총장에 이은 세 번째 서열 자리로 WB의 운영 조직을 총괄한다. 그는 다음달 2일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로부터 지휘봉을 이어받는 아제이 방가 전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WB를 이끌게 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