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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여의도에 글로벌 벤처투자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서울시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GVIS2023' 행사엔 250여 명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행사엔 최근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스위스의 VC도 자리를 빛냈는데요. 마침 올해는 한국과 스위스가 수교를 맺은지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마이크 홉마이어 벌브벤처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기술에는 언어가 없습니다. 유행도 없습니다. 그게 바로 '테크 투자'의 매력이죠."
마이크 홉마이어 벌브벤처스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지난 25일 한경 긱스(Geeks)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마이크 CIO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벤처투자 서밋 인 서울 2023(GVIS2023)' 행사에 패널로 참석했다. 행사는 서울시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서울투자청이 주관했다. 글로벌 출자자(LP)와 운용사(GP)간 네트워킹과 매칭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날 개막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건수 VC협회장,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또 국내외 대표 LP 30개사, GP 80개사 등 벤처투자 관계자 2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LP의 경우 한국투자공사(KIC), 국민연금공단,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유럽투자기금(EIF),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손자회사인 아젤리아(Azalea) 등이 참여했다. GP의 경우 협회 소속 국내 대표 운용사들뿐만 아니라 한-스위스 수교 60주년을 맞아 스위스 벌브벤처스를 비롯한 미국, 중국, 일본 운용사가 국내 스타트업과 1대1 미팅을 가졌다.
VC협회는 최근 '글로벌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업계가 해외에 진출하고 해외 자본이 국내에 유입되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중이다. 이를테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각국 대사관 등과의 협업으로 덴마크, 튀르키예,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해외 벤처투자 생태계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정기 제작하고 있다. 또 회원사를 대상으로는 전문가를 초빙해 해외 벤처투자업계 현황과 규제 등을 담은 강연도 진행한다.
협회 측은 "회원사들과 해외 벤처투자업계를 연결하는 일종의 '커넥팅 닷' 역할을 하기 위해 적극적인 소통과 빠른 실행을 시도하고 있다"며 "그간 찾아보기 어려웠던 GVIS2023 같은 행사를 통해 업계가 원활히 교류할 수 있도록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벌브벤처스의 방한 역시 유럽 유망 벤처 투자사의 투자 물꼬를 틀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VC협회 측은 "한국-스위스 수교 60주년을 맞아 최근 한국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는 투자사를 초청했다"며 "스위스 3대 은행인 취리히 칸톤은행(ZKB)의 지원을 받으며 스위스 대형 연기금과 패밀리오피스, 엔젤 투자자 네트워크를 보유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마이크 CIO와의 일문일답.
<i>Q. 반갑다. 소개를 부탁한다.</i>
A. ETH(취리히연방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돌이' 출신이다. 벌브벤처스엔 2014년 합류했다. 합류 전엔 스위스 발리안트 은행의 CEO를 맡았다. PwC에서 컨설팅 파트너로 일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일하다 다시 테크 전문 벤처캐피털(VC)로 돌아오니 하나의 '순환 고리'가 완성된 느낌이다.
<i>Q. 한국은 첫 방문이라고 들었는데.</i>
A. 첫 방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방문은 아니다(웃음). 어제(24일) 도착해서 아직 서울의 빌딩 숲밖에 보지 못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아름다운 산들을 많이 봤다. 다음주까지 한국에 머무를 예정인데, 미팅이 마무리되면 이곳 저곳 다녀볼 예정이다.
<i>Q. 벌브벤처스는 어떤 회사인가.</i>
A.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두고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영국 캠브릿지 등에 지사를 둔 테크 전문 VC다. 섹터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시리즈A 정도의 초기 단계에 투자한다. 주요 포트폴리오 회사들은 유럽계지만, 최근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3억달러(약 4000억원) 이상이다.
<i>Q. 기억에 남는 포트폴리오 회사를 꼽는다면.</i>
A. 드론 스타트업 플라이어빌리티다. 정유 시설이나 원자력발전소 같이 사람이 보기 어려운 위험한 산업 설비를 감시하거나, 산불이나 오염 현장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을 드론으로 정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기술로 인류를 돕는 아주 좋은 예시다.
<i>Q. 한국 방문 뒤 국내 투자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i>
A. 오전엔 두 회사 정도를 만났다. 삼성벤처투자와 민트벤처파트너스다. 공동으로 투자할 건이 있는지 논의했다. 서로의 포트폴리오도 공유했다. 삼성은 특히 하드웨어 쪽 딥테크 위주로 포트폴리오 분야가 많이 겹친다. 또 이미 유럽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투자사다. 향후 협업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트벤처파트너스는 비교적 신생 회사로 알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데, 글로벌 투자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와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
<i>Q. 한국에서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가 있나. 또 눈길을 끄는 한국 스타트업을 발견했는지 궁금하다.</i>
A. 퀀텀 기술에 주목한다. 미래의 게임 체인저가 될 기술이다. 서울에 주한스위스대사관 과학기술협력실이 있다. 최근엔 두 나라가 양자과학기술 포럼도 여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양국이 수교 6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가 아닌가. 우리는 이미 퀀텀 기술과 관련된 포트폴리오 회사를 5개 갖고 있다. 한국이 기술 강국인 만큼 앞으로 이 분야에서 서로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아직 한국 스타트업은 만나보지 못했다. 인터뷰 이후 차차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남녀가 연애를 할 때도 첫 만남에 결혼까지 생각할 수는 없지 않나(웃음). 지금은 상대방을 알아갈 단계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은 워낙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다. 아주 매력적인 스타트업들이 많다고 들었다.
<i>Q. 유럽과 비교해 한국 벤처투자 시장은 어떤 점이 다른 것 같나.</i>
A. 한국 LP들은 여전히 국내 투자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반면 유럽은 해외 투자가 활발히 이뤄진다. 또 정책펀드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투자가 많아보인다. 유럽에선 정부가 밀어올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우리는 투자할 때 '국가'를 고려하지 않는다. 좋은 회사를 발굴할 뿐이다. 사실 우리가 '테크'에 투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뷰티나 라이프스타일 같은 분야는 일종의 유행을 많이 탄다. 하지만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똑같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i>Q.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은 여전히 혹한기다.</i>
A. 벤처투자자로서 이런 흐름에 놀라면 안 된다. 모든 벤처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장기적으로는 분명 긍정적이다. 현실엔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고, 이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스타트업들은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는 사람들에겐 '투자 빙하기' '크립토 겨울' 같은 키워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게 트레이더와 벤처투자자의 차이다. 단기적인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게 아니다.
<i>Q.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 있다면.</i>
A. 당연히 '기술'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의 첫 투자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모교인 ETH에서 출발한 팀이었는데, 대학생들을 위한 데이팅앱을 만드는 회사였다. 하지만 크게 실패했다. 당시 201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피봇을 했는데,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만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만드는 회사로 변신했다. 회사 이름은 비키퍼다. 몇 년 전 삼성에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지금은 누적 1억유로(약 14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을 정도로 SaaS 분야에서 손꼽히는 회사로 성장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은 나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다.
<i>Q.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i>
A. 우리는 유럽 주요 도시에 지사가 있다. 한국 투자자들이 유럽 진출을 고려할 때 첫 단추를 함께 꿰기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한국 GP와 LP 모두 우리의 '굿 로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협업을 기대한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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