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최근 A씨와 B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각각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부부인 A씨와 B씨는 서울 길음동 길음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구역의 토지와 건물을 공동으로 소유했다. 이들은 2018년 5월 23일 재개발 조합이 자신들의 집을 철거하는 강제집행을 추진하자 “보상금이 적다”고 항의하며 그 조치를 못 하도록 막아섰다. A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건물 입구를 막았고 B씨는 건물 2층 베란다에서 액화석유가스(LPG)통을 옆에 둔 채 라이터를 들고 “다 같이 죽자”고 소리쳤다. 이 같은 저항에 법원 집행관은 사고 발생을 우려해 강제집행을 연기했다.
검찰은 재개발 조합이 ‘정당한 이주·철거 업무’를 방해받았다고 판단해 이들 부부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재개발 조합이 소송에서 점유자가 인도를 거절해도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강제집행이 정당하다고 봤다.
1·2심에선 검찰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타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제3자가 업무를 하더라도 이를 방해하면 그 타인의 업무도 방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집행관은 독립된 사법기관이고, 채권자의 집행 위임은 집행 개시를 구하는 신청을 의미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은 아니다”며 “피고인들이 재개발 조합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강제집행은 집행을 위임한 재개발 조합의 업무가 아니라 집행관 ‘고유 직무’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들의 업무방해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채권자가 집행관에게 집행을 위임한 것은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이 아니라 절차상 집행 개시 신청이란 점을 최초로 선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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