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40세 네덜란드 남성이 뇌와 척수 사이를 디지털 기기를 이식받고 다시 걷는데 성공했다. 수십 년 간 과학자들이 뇌와 척수 자극기를 연결을 연구했고, 인간 환자에게 이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위스 로잔공대(EPFL) 그레고아르 쿠르틴 교수팀은 하반신 마비 환자의 뇌와 척수 간 통신을 무선 디지털로 연결해 12년 만에 다시 걷게 만들었다. 쿠르틴 교수는 이 같은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뇌-척수 간 통신을 회복시켜주는 기기를 삽입한 환자가 자연스럽게 일어서 걸을 수 있게 됐고 기기 전원이 꺼진 후에도 목발을 짚고 걷게 됐다고 전했다. 뇌에 삽입된 기기는 걷는 동작을 생각할 때 뇌에서 생성되는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해독해 척수로 보내준다. 척수에 부착된 장치는 신호를 전기 자극으로 변환시켜 다리 움직임을 제어하는 척수 영역에 전달한다. 연구팀은 뇌-척수 인터페이스는 작동을 수분 안에 보정할 수 있고 별도 관리 없이도 1년 이상 높은 신뢰성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 환자는 장치의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목발을 짚고 걸 수 있게 됐다. 뇌-척수 디지털 브리지가 신경장애로 인한 운동 결함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실마리도 찾았다.
척수 손상으로 인한 마비 환자의 움직임을 회복시키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일부 연구진은 척수 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으로 환자가 서거나 걸을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 방법은 환자가 모션 센서를 착용해야 하고 변화하는 지형과 필요에 맞춰 다리를 움직이는데 제한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하반신 마비를 극복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으나, 뇌의 미묘한 의도는 구별하기 어려운 탓에 상체 움직임을 회복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치료는 침습적이기 때문에 여러 번의 수술과 몇 시간의 물리 치료가 필요해 모든 척수 마비를 치료할 수 없다고 연구진들은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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