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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숨겨진 부채'가 집중된 지방정부 융자기구(LGFV)들이 잇달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겨우 모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LGFV발 신용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5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남서부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에서 최근 두 곳의 LGFV가 회사채를 만기가 지나서 갚았다. LGFV는 지방정부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인프라 사업을 벌이는 특수목적 법인이다. 실체는 지방정부가 소유권을 가진 국유기업이지만, 그 부채는 지방정부 계정으로 잡히지 않고 공식 통계도 없어 중국의 대표적 숨겨진 부채로 꼽힌다.
공공주택 사업을 하는 LGFV인 쿤밍토지개발투자는 만기가 지난 19일이었던 2억위안(약 373억원)의 회사채를 21일에 상환했다. 또 하수처리장 운영 업체인 쿤밍뎬츠투자는 22일 만기였던 채무 10억위안을 하루 넘겨 갚았다.
LGFV는 인프라 운영 수입으로 채무를 상환해야 하지만, 사업 수익성이 낮아 상당수가 새로운 대출이나 회사채로 '돌려막기'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LGFV들이 채무 상환 만기를 넘긴 것은 돌려막기에 실패했다는 뜻으로, LGFV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숨겨진 부채를 양성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LGFV의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규제를 강화했다.
쿤밍토지개발은 이번 2억위안 채무를 갚기 위해 보유한 자산을 급하게 매각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쿤밍뎬츠는 윈난성 사회보장 및 주택 기금으로부터 10억위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쿤밍뎬츠 측은 "다른 LGFV들로부터 단기로 자금을 빌렸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에 대해 LGFV 회사채 사정에 밝은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쿤밍의 모든 LGFV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10억위안을 빌렸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쿤밍뎬츠는 1분기 말 기준 142억위안의 채무를 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38억위안어치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현금은 3억5100만위안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현금은 대부분 홍콩 상장 자회사인 뎬츠수리서비스가 갖고 있으며, 쿤밍뎬츠 자체 보유 자산은 대부분 현금화가 어려운 시설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LGFV의 부채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중국 신용평가사인 청신국제는 LGFV의 2021년 말 기준 전체 부채를 52조~58조위안(약 9600조~1경700조원)으로 추정했다. 중국 2022년 GDP 121조위안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LGFV에 대한 대출은 대부분 은행이 하고 있다. LGFV 회사채의 주요 구매자는 은행이나 보험사다. LGFV가 대규모 디폴트를 내면 은행 등 금융권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부동산 침체로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하는 것도 LGFV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 지방정부가 인프라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 LGFV의 수입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중국 지방정부는 재정의 40%가량을 토지사용권 매각 수익에 의존한다. 쿤밍의 지난해 토지사용권 수익은 124억위안으로 2021년 대비 70%,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86% 급감했다.
쿤밍의 자체 채무는 2022년 기준 2231억위안(약 43조원)으로 중국에서 작년 재정 통계를 내놓은 311개 도시 중 19위다. 이 역시 LGFV의 부채를 포함하지 않은 규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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