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식물성 음식, 건강식 등이 글로벌 식품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식품회사들이 사찰음식에 주목하며 절과 연계한 식물성 음식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사찰음식은 1700여년간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이자 자연식, 채식 등 종교적 의미를 넘어 다양한 가치를 품고 있는 만큼 채식의 ‘정수’인 사찰음식을 구현해보겠다는 것이다. 식물성 시장 확대와 함께 사찰음식에 주목하는 회사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육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신세계푸드 또한 지난 15일 동자승을 위한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한 달간 단기 출가 과정을 밟는 동자승들을 위해 신세계푸드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 미트볼, 불고기, 캔햄 등을 식단에 포함했다. 불교에서는 육식을 철저히 금하고 있지만 신세계푸드가 자체 개발한 대체육 ‘베러미트’에는 동물성 성분이 없어 영양과 종교적 가치를 동시에 지킬 수 있었다. 이밖에 버터, 우유, 계란을 함유하지 않은 연꽃단팥빵, 각종 음료 등 박성희 사찰음식 전문가와 협업해 20여종의 세트 메뉴를 준비했다.
CJ제일제당은 일반 소비자에게 사찰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지난달 도반HC와 사찰음식 공동상품 출시를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로서는 스님과 신도들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승소몰’에서만 사찰식 왕교자를 판매중이지만 향후 잡채, 죽, 콩고기, 공양밥 등을 출시하고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오뚜기 또한 채식 레스토랑 두수고방과 협업해 지난해 8월 사찰음식 가정간편식(HMR)인 ‘두수고방’ 컵밥과 죽 8종을 출시한 바 있다. 두수고방은 정관 스님의 제자인 오경순 셰프가 운영중인 식당이다. 취나물, 곤드레 등 HMR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식재료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는 “사찰음식은 종교적 색채를 띤 음식에서 머무르지 않고 건강식과 비건식으로 확장할 수 있어 잠재력이 크다”며 “식품 제조기업들은 자신들이 구축해 온 식물성 메뉴 개발 능력을 사찰음식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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