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자동차·산업기계용 정밀 부품 제작사 셰플러그룹의 한국지사인 셰플러코리아가 내달 1일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이병찬 셰플러코리아 대표는 "70년 동안 우리가 시장 지배자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내 협력사와의 파트너십이 강력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외국계 기업들과 달리 셰플러코리아는 국내 협력사가 전체의 80%를 웃돈다"고 입을 열었다.
1953년 설립된 신한베어링이 모태인 셰플러코리아는 한국 산업 성장의 역사와 함께 하며 국내 최대 베어링 업체로 자리잡았다. 70년동안 쌓은 국내 기술과 독일 선진 기술을 접목해 각종 베어링과 정밀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 166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서울 본사를 포함해 창원, 전주, 안산, 안성에 공장과 물류센터,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1조2000억원 규모다.
모회사인 셰플러그룹은 엔진, 트랜스미션(변속장치), 섀시 등 고정밀 자동차 부품과 산업기계 분야에 적용되는 다양한 베어링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브랜드인 LuK, INA, FAG를 갖고 있다. 셰플러그룹은 지난해 158억 유로(한화 약 22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200여 곳의 사업장을 가동 중이며 8만3000여명의 임직원들을 고용했다.
셰플러코리아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하이브리드 자동차 부품 및 시스템 개발△고성능 차량 전기 액슬(axle·차축) 생산 △라인에 적용되는 스마트 기계장비 안착 등 제조 혁신을 이뤄 4차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본사 사무실도 이전하며 분위기를 쇄신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1일 본사를 광화문에서 여의도 파크원타워로 이전했다"며 "전통 제조업에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셰플러코리아는 본사 이전과 발맞춰 생산 현장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셰플러코리아의 주력 공장인 창원공장은 초정밀 베어링을 생산 중이다. 일반 베어링 외에도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되는 전기모터용 고속 볼베어링과 박형 베어링 등의 특수 베어링 생산 비율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기계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베어링은 거의 모든 분야의 기계에 두루 쓰인다. 자동차에는 약 150여개의 베어링이 사용된다. 베어링이 없으면 변속기도 무용지물이다. 베어링은 차량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와 철도, 비행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컴퓨터, 인공 위성 등 모든 기계에 사용되고 있다.
베어링은 보통 기계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인들이 볼 기회는 많지 않지만 기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수로 쓰인다. 베어링의 주역할은 기계 마찰 감소다. 기계 마찰을 감소시키면 효율이 높아지고 마찰열에 의한 변형을 방지해 고장을 줄인다. 기계 성능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한다.
셰플러코리아는 GM과 마츠다(Mazda) 등 글로벌 주요 협력사로부터 최고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2021년에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 GM으로부터 9년 연속 'GM 품질우수상'을 받았다. GM의 품질우수상은 전 세계 부품 공급사들의 개별 공장에 대한 평가 제도로, 직전해(2020년) 6개월~12개월간 무결점을 유지한 사업장 중 GM의 엄격한 품질 테스트와 납기 기준을 준수한 공장을 선정해 상을 주고 있다.
2021년도 수상이 특별했던 이유는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창원, 전주, 안산 3개 공장이 동시에 품질우수상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3개 공장이 동시에 GM 품질우수상을 수상한 건 2012년과 2016년에 이어 세번째다. 이 대표는 "테이퍼 롤러베어링, 워터펌프 베어링 등 자동차용 고정밀 핵심 부품으로 3개 공장 동시 수상이라는 성과를 냈다"며 "GM이 셰플러코리아의 무결점 품질관리와 기술력을 인정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셰플러코리아가 만드는 베어링은 거의 대부분의 글로벌 대기업과 첨단 제품에 모두 납품된다"며 "우리가 만드는 베어링이 없으면 반도체, 자동차, 항공 등 모든 분야에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0년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100년 한국 대표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사와 소통을 늘리고 생산 혁신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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