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회사가 기사들에게 유류비를 부담하도록 약정한 것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택시 기사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7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택시회사의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하는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은 강행규정임으로 유류비를 근로자들이 부담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무효"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은 "택시운송사업자는 유류비, 세탁비 등의 비용을 택시 운수종사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특별시 및 광역시에서 2016년 10월 1일부터, 그 외 지역에선 2017년 10월 1일부터 시행됐다.
경북 경산에 있는 A씨의 택시회사는 해당 조항이 시행된 이후로도 근로자들이 초과운송수입금에서 유류비를 부담하도록 약정했다. 이에 A씨는 해당 약정이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을 위반해 무효"라며 회사를 상대로 2017년 10월부터 2019년 6월까지에 자신이 부담한 유류비만큼의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걸었다.
1·2심 법원은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을 위반한 행위가 각종 행정제재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고, 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등을 고려하면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하는 해당 규정은 강행규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근로자에게 유류비를 부담하게 하는 건 사납금을 인상하는 합의와 같은 탈법적인 행위로 이 역시 무효로 봐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을 위반해 택시회사가 택시 기사에게 유류비를 전가하는 약정이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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