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결혼을 준비 중인 A씨(32)는 서울에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다. 당초 생각하던 동작구 대신 인근 영등포구 새 아파트를 찾아보고 있다. 지난 1월 4억원 중반대까지 내려갔던 동작구 신축 아파트 전용면적 59㎡ 전셋값이 최근 6억원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A씨는 “당분간 전셋값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전세 계약을 늦췄다“며 ”대단지 신축 아파트 전세 물량이 줄고 빌라 거주자가 아파트 전세를 찾으면서 전셋값이 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도심 대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월 1일 5만4666건이었던 서울 전세 매물은 이날 3만7786건으로 30.9% 줄었다. 교통 여건이 좋은 대단지 신축 위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서다.
같은 기간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 전세 매물은 625건에서 40건으로 93.6% 급감했다. 전셋값은 크게 올랐다. 1월에 전용면적 59㎡ 전세가가 5억5000만~6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같은 면적이 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세가가 3개월 만에 2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마포더클래시는 1419가구의 대단지다. 올초 분양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 매물이 쏟아졌다가 최근 매물이 대부분 소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도 올초 107건이었던 전세 매물이 41건으로 줄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자이는 165건에서 25건으로 감소했다. 매물 감소율이 각각 61.7%, 84.9%에 달한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304→149건),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강남포레스트(252→131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860→463건) 등도 전세 매물 수가 반토막 났다.
또 전셋값이 오른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벌어진 전세사기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연립·다세대주택 등 빌라와 오피스텔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전성이 높은 대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와 비아파트 전세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마포구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셋값이 계속 내려간 데다 최근에는 전세 대출 금리가 연 3%대 후반까지 떨어져 세입자에게 전세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입지가 좋은 대단지 전세 수요는 많지만, 매물은 상대적으로 적어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비아파트 전세 시장은 올해 계속 힘들 수 있다”며 “아파트 전세 시장은 비아파트 전세와 분리돼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입주 물량이 많아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1163가구)와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한양수자인192(1152가구)를 비롯해 5118가구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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