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저자는 마이아 와인스톡 MIT 뉴스 부편집장이다. 그는 밀리가 어떻게 ‘탄소의 여왕’ 자리에 올랐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밀리는 탄소 원자와 입체 구조에 대해 연구했고, ‘탄소 나노튜브’라고 부르는 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녀의 연구는 나노 물질 연구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왔다. 오늘날 배터리, 수소 저장 용기, 태양전지 등이 그녀의 연구에 빚을 지고 있다.
탄소는 무궁무진한 물질이다. 원자 결합 형태에 따라 연필심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생명의 근원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탄소는 지구상 살아 있는 모든 유기체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원소 가운데 하나다.
그녀의 삶이 순탄했다면 생애를 설명하는 데 한 권의 책이 필요했을 리 없다. 대공황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여덟 살 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그녀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가장 큰 도전은 살아남는 거였어요.”
주변의 여러 환경이 밀리에게서 야망을 앗아갔지만 선배이자 스승인 로절린 서스먼 얠로(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상 수상)의 도움으로 꿈을 키운다. 물론 쉽지 않았다. 코넬대에서는 강의료 없이 전자기학을 가르치겠다고 했는데도 허락이 떨어지기까지 1주일이 걸렸다. “교수들은 내가 전자기학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가 아니라 남학생들이 나에게 배우려고 할지를 걱정했고 (생략) 젊은 여성이 젊은 남학생을 가르친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어했어요.” 그는 우여곡절 끝에 MIT에서 일하면서 탄소 연구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어린 밀리가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으며 과학자를 꿈꿨듯이,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은 <카본 퀸>을 읽을 것이다. 저자는 책 마지막에 자신의 아이를 향해 이렇게 썼다. “밀리의 이야기는 너의 이야기이기도 해.”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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