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2023 한국디자인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강연을 한 조수용 매거진B 발행인(전 카카오 공동대표·사진)은 수많은 좋은 브랜드의 탄생을 보면서 얻은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조 발행인은 이날 강연에서 ‘매거진B 12년 동안 배운 것들’이란 주제로 디자인학회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조 발행인은 강연에 앞서 네이버에 입사하게 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디자인이 좋아서 디자인 공부를 했는데, 큰 조직 안에서 수동적인 디자인 역할의 한계를 넘고 싶어 네이버에서 마케팅, 기획까지 맡아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이버에서 디자인, 마케팅 총괄 본부장까지 지냈다. 2010년 네이버를 나온 뒤 매거진B를 창업했다. 그는 “디자인 고민의 끝은 브랜드이고, 한 번 보고 버리는 것이 아닌, 소유하고 보관하는 브랜드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창간 배경을 설명했다. 매거진B는 매달 하나의 브랜드를 집중 해부하는 월간지다. 지금까지 광고 없이 책으로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조 발행인은 “12년 전에 발간한 잡지가 지금도 팔릴 정도”라며 매거진B가 가진 매력을 설명했다. 매거진B는 지금까지 모두 94권을 발간했다.
조 발행인은 이날 강연에서 그동안 잡지를 만들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10가지로 요약했다. 그는 “매거진B를 만들면서 얻은 첫 번째 통찰력이 ‘모두에게 좋은 브랜드는 없다’였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없고 좋은 브랜드라고 알려진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좋은 브랜드 이전에 왜 우리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먼저 질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의 감각’이라고 했다. “모든 브랜드는 감각을 가진 한 사람에서 시작하는데, 감각이란 그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과 세상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균형감각”이라는 설명이다. 조 발행인은 “좋은 브랜드는 감각 있는 사람이 시작하지만 돈을 가진 자본이 결국 만든다”며 “오너의 그릇을 가진 의식 있는 자본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발행인은 근본적인 질문도 던졌다. “자신이 만든 브랜드가 없어졌을 때 슬퍼하는 사람이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 이 밖에 ‘의식있는 소수의 중요성’ ‘로고나 라벨은 중요하다’ ‘역사는 중요하지 않다’ 등을 강연에서 강조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357억 연봉킹’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카카오 대표 임기를 마치고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인데 엄밀히 말하면 연봉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냐”고 했다. 또 서울시의 슬로건 디자인 선정에 대해서는 “이것이 이 나라의 현실인 것 같아 우울했다”며 “디자인 감각이 있는 여러분이 결정권 있는 국가기관에 많이 들어가면 나중에는 달라지지 않겠냐”고 답했다. 앞서 서울시는 공개한 새 슬로건 디자인에 대한 시민 반발이 이어지자 재공모에 나섰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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