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는 5년간 국립병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근무하며 230건 이상의 정신감정을 맡아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심신미약을 둘러싼 여러 물음에 답을 내놓는 책이다.
저자가 가장 먼저 설명하는 것은 심신미약 판정에 대한 오해다. 흔히 사람들은 조현병에 걸렸거나, 음주로 인해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심신미약으로 처리돼 감형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현병 환자라 하더라도 사건을 일으킨 시점에 조현병 증상이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명확해야만 심신미약으로 판단될 수 있다. ‘조두순 사건’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으로 심신미약 감경 판단도 엄격해졌다.
저자는 정신감정이 범죄자의 감형이나 회피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제도를 통해 치료 기회를 놓친 누군가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사회안전망을 더 단단히 구축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말한다. “정신감정은 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을 구분하는 시작점이다.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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