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주 약제급여기준소위원회를 열고 바비스모에 대한 보험 급여 심사를 했습니다. 한국로슈가 지난해 12월 바비스모 보험 급여를 신청한 지 5개월여 만에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이번 심사를 통과했지만 최종 급여 결정까지는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급여적정성평가 등의 절차가 그것이죠.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비스모가 급여 의약품이 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전성’과 ‘가격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 때문입니다.
바비스모의 1회 투약 비용은 2190달러입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루센티스(1242달러·성분명 라니비주맙), 아일리아(1850달러·애플리버셉트)보다 비쌉니다. 하지만 눈에 주사를 맞는 간격이 길어 연간 단위로 따지면 가격경쟁력이 두드러집니다.
보험을 적용하지 않은 약가 기준으로 아일리아의 연간 투약 비용은 1만1110달러, 루센티스는 1만4904달러입니다. 아일리아는 1년에 6회, 루센티스는 12회 투약한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반면 바비스모는 약이 잘 듣는다면 1년에 최소 세 번만 맞아도 됩니다. 이럴 경우 연간 투약 비용은 6570달러에서 그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시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바이우비즈’의 연간 투약 비용(1만4388달러)보다 경제적입니다.
눈에 맞는 주사제 특성상 투약 회수가 많을수록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는데요, 만약 염증이 발생하면 의료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의약품의 비용 효용성을 산정하는 데 부작용 발생 확률과 조치 비용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바비스모 급여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급여 대상에 등재되면 통상 환자는 약가의 10%만 부담하면 됩니다.
바비스모와 아일리아, 루센티스 등은 모두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입니다. 황반이란 눈 속 깊은 곳에서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이 맺히는 곳입니다. 빛을 인식하는 광수용체 세포가 가지런히 정렬된 곳이죠.
습성 황반변성이란 질환의 의미를 뜯어보면, 먼저 황반변성이란 황반이 망가지는 변성이 일어난 것이고, 습성이란 본래 있어선 안 되는 혈관이 자라났다는 의미입니다. 이 혈관이 황반을 가리면 광수용체 세포가 제대로 빛을 받아들이지 못해 시력을 잃게 됩니다. 또 이렇게 자란 신생 혈관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조직에 산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눈이 점점 망가지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아일리아와 루센티스 등은 새로운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억제하는 항체 의약품입니다.
바비스모는 뭐가 다를까요. VEGF뿐 아니라 안지오포이에틴2(Ang-2)라는 또 다른 인자를 함께 억제하는 이중항체로 설계됐습니다. 안지오포이에틴2는 불안정한 혈관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VEGF 항체는 새로운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막고 Ang-2 항체는 혈관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아 효과가 배가되는 것이죠. 그래서 투약 간격이 길어진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최근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2003년부터 황반변성을 앓아온 80대 청원인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신약 바비스모에 건강보험을 적용해달라는 청원으로 4500명 정도가 동의했습니다. 국내 황반변성 환자들이 더 다양한 신약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길 바랍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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