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한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과 인체 및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 분석은 순전히 과학의 영역이지만, 정치권이 앞장서서 여론전을 펴고 있다. 과거 ‘광우병 파동’과 닮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당시에도 인간광우병 등을 놓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대중에 괴담처럼 퍼지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스위스 생수처럼 ‘후쿠시마 오염 생수’를 수출하면 되는데 왜 바다에 버리냐”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함께 쓰는 우물에 독극물을 퍼 넣으며 ‘안전하다’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화 처리해 희석된 오염수를 ‘독극물’에 비유한 것이다.
정치권이 앞장서서 공포를 조장하는 건 2008년 광우병 사태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제1 야당이었던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장외 집회에 참가해 시민단체들과 함께 거리 행진을 했다. 한 정치 평론가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제2의 광우병’이라고 본다”며 “민주당은 팩트보다 국민 정서를 건드리며 선동하고 있는데, 정부가 아무리 ‘과학적 팩트’를 외친다 한들 국민 귀에 들릴 리 없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비슷한 흐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KBS ‘더 라이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예고된 재앙’으로 단정했다. 그러면서 오염수를 정화하는 핵심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능하더라도 방류되는 오염수를 모두 처리할 만큼의 용량이 되지 못한다는 일방적 주장을 방영했다. 이 과정에서 진행자는 ‘어이구’ ‘어휴’ 등의 탄식을 뱉으며 맞장구쳤다.
여당은 ‘오염수 괴담’으로 피해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어민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여는 등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장 방문뿐만 아니라 원산지 표시 강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재영/박주연/원종환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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