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난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 공항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문이 213m 상공에서 열린 채 비행하는 현장이 담긴 영상 속 빨간 바지를 입은 남성이 화제다. 그는 위험한 순간에도 범인을 끝까지 제지하며 승무원들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빨간 바지를 입은 화제의 주인공은 이윤준(48) 씨다. 그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 안전 재난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으로 안전 교육을 위해 제주도 출장 뒤 생일을 하루 앞두고 대구로 복귀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이 씨는 "갑자기 모자랑 헤드셋이 날아가길래 고개를 들어 보니 문이 열려 있었다"며 "생일 하루 전날이 제삿날이 될 뻔했다"며 운을 뗐다.
그는 "휴대전화 사진들을 보고 있어서 직접 문을 여는 건 보지 못했는데 탈 때부터 그 친구 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생각했다"며 "비행 동안 (범인이) 자꾸 저와 눈이 마주치고 두리번거렸다. 대구 공항에 다 왔는데 (공중에서) 문이 열렸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그 친구가 저를 보면서 웃으면서도 겁이 나는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라고 회상했다.
이 씨는 "대각선 방향에 앉은 승무원을 보니 나에게 무언가 지시하려는 눈빛이었다"라며 "승무원이 계속 눈빛으로 무언가 간절한 신호를 줬다"라고 이어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씨는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으며 착지하는 순간 범인이 안전벨트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이후 범인은 열린 출입문 앞에 있던 비상문 옆 벽면에 매달린 채로 뒤를 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눈빛을 계속 교환하던 승무원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쳤고, 이 씨는 왼팔을 뻗쳐 범인의 목덜미를 낚아채 제압했다고 한다. 안전벨트를 차고 있어서 일어날 수 없었던 이 씨는 양손이 닿는 대로 범인이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그의 목 주위를 잡아내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이 씨는 "당시에는 문이 열리는 걸 제대로 본 사람이 없어서 그 친구가 범인이라고 생각을 못 하고, 겁을 먹어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고 착각했다"라며 "뒤에 앉은 초등학생들이 울고 있었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큰 사고인 줄 모르고 대구로 돌아와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인터넷에서 승무원분들을 욕하는 악플이 많아서 가슴이 아팠다"라며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상황을 정리한 승무원들 덕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특히 저한테 계속 눈으로 사인을 주신 승무원분은 끝까지 침착하게 행동하셨다"라며 "착륙 과정에 범인을 진압하던 사람들이 튀어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안전하게 잘했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중 자기 얼굴을 한사코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이 씨는 인터넷에 유포된 동영상에 자신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항공 보안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긴급 체포해 이틀째 조사 중이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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