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주춤하면서 작년 말부터 월가에선 해외 투자를 권하는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을 추천하는 곳은 드물다. 반면 일본은 주목받는 나라다. ‘잃어버린 30년’ 속에 한국보다 더 빨리, 더 오랫동안 잊힌 시장이었지만 워런 버핏이 ‘일본은 미국 외 최대 투자처’라고 밝히면서 최근 가장 ‘핫’한 나라가 됐다.
일본 투자가 단기 붐은 아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의 오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많은 일본 기업은 번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보다 깔고 앉아 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달 3300여 개 상장기업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 상승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해당 기업은 도요타자동차를 포함해 상장사의 43%에 달한다. 정부 뜻이 아니라면 쉽사리 꺼낼 수 없는 요구였다. 이후 미쓰비시상사, 후지쓰 등이 연이어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고, 미쓰비시중공업은 배당 확대 계획을 제시했다.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활발해진 건 아베 신조 전 정권이 2013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지배구조 코드, 사외이사 의무 선임 등을 법제화한 덕분이다. IR재팬에 따르면 일본 내 행동주의 펀드는 2014년 7개에서 2020년 44개로 늘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행동주의 펀드 활동 증가가 일본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버핏은 2003~2007년 포스코, 대구텍 등 한국에 상당액을 투자했고 당시 한국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가 없다. 한국에도 PBR이 1 미만인 기업이 38%에 달한다. 증시가 발전하지 않으면 돈이 기업으로 돌지 않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고 은행도 배당 성향을 높이는 등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좀 더 과감한 지배구조 변화나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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