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밀레니얼+Z) 세대 사이 약과 등 옛 먹거리를 즐기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가 확산하자 유행에 민감한 편의점들이 잇따라 자체브랜드(PB) 제품을 내놨다. MZ세대 사이에는 '약켓팅(약과와 티켓팅을 합친 신조어)'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약과를 비롯한 전통 먹거리 선호도가 높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올해 하반기 전략 상품으로 PB '행운약과' 시리즈를 선보였다.
GS25는 '행운약과'의 첫 제품으로 '약과도넛'과 '약과컵케이크' 등 2종을 출시했다. 신제품은 GS25의 전문 상품기획자(MD) 등으로 구성된 약과연구소 조직과 사내 20대 직원들이 모여 만든 'MD서포터즈'가 협업해 개발한 상품이다.
약과도넛은 시나몬 가루 등을 넣은 특제 도넛 반죽에 잘게 자른 약과를 토핑, 전통 간식인 약과와 현대 디저트인 도넛의 조화를 꾀한 제품이다. 상품 겉면을 조청으로 코팅해 상품 겉면에서 약과 특유의 꾸덕한 식감을 살렸다고 소개했다.
약과컵케이크는 미니꿀약과와 시나몬 크림, 캐러멜 케이크 시트, 유자잼을 층층이 쌓은 상품이다. 케이크의 부드러운 식감과 약과의 풍미, 유자잼 맛이 조화를 이뤘다고 회사는 소개했다.
GS25는 올해 말까지 ‘행운약과’ 시리즈 상품을 20여 종 이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약과 접목 상품을 △스낵 △음료 △아이스크림 등 식품 전체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MD 전략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GS25 관계자는 "어른들의 간식으로 여겨졌던 약과 상품에 MZ세대가 열광하는 추세"라며 "차별화 상품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약과 관련 상품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CU는 지난달 압구정 인기 카페 '이웃집 통통이'와 협업해 약과 쿠키를 내놨다. 해당 제품은 초도물량 10만개가 출시 5일 만에 완판되며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당초 약 한 달 가량 판매할 계획으로 준비한 물량이 5일 만에 동났다는 후문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폭발적인 인기에 공급량 부족으로 발주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고 있다. 제조 공장을 풀가동해 생산량을 최대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약과를 만드는 원재료까지 제때 수급이 어려운 정도"라고 말했다.
신제품은 특히 2030 MZ(밀레니얼+Z)세대 사이 인기가 높았다. CU에서 해당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대 40.9%, 30대 42.2%로 10명 중 8명 이상이 20~30대였다. 통상 약과 주 고객층으로 간주되는 50대 이상 고객 비중은 5%도 되지 않았다.
해당 상품의 인기에 CU에서 약과의 지난달(16일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6배나 급증했다. 약과가 포함된 상온 디저트 전체 매출도 88.5% 껑충 뛰었다.
편의점 밖에서도 할매니얼 트렌드를 고려한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 3월 전통 디저트 브랜드 '대한과자점'을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조청 모약과'를 내놨다.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도 약과를 타르트로 재해석한 약과 타르트를 선보였다. 타르트 속에 조청으로 만든 시나몬 카라멜 필링을 채운 퓨전 제품을 기획한 것. 앞서 도넛이 주력인 던킨은 지난 1월 설을 맞아 선보인 '허니 글레이즈드 약과'를 상시 판매로 전환했다. 신세계그룹 계열 식품기업 신세계푸드도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경제적 베이커리' 시리즈 두 번째 제품으로 ‘경제적 약과파이’를 출시했다.
떡·한과류는 지난 4년간 디저트업종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꼽히기도 했다. KB국민카드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디저트 전문점의 신용 및 체크카드 매출과 신규 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디저트 전문점은 66%를 기록한 '떡·한과'였다. 같은 기간 와플·파이(65%), 아이스크림·요거트(36%), 도넛(29%), 케이크(7%) 전문점의 매출증가율을 제쳤다. 디저트 전문점 내 떡·한과 매출 비중은 2019년 22.7%에서 지난해 25.7%로 상승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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