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글로벌 패션 파이프라인'이 곧 탄생합니다."
이순섭 코웰패션 회장(사진)은 "나는 야망이 있다"고 고백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코웰패션 회장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일본 '유니클로'에 대항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빠른 시간내에 키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연신 강조했다.
시가총액 100조원, 연 매출 20조원, 업력 50년에 달하는 유니클로를 이제 막 매출 1조원을 넘긴 20년 업력의 코웰패션이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이 회장은 화이트보드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코웰패션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유통사, 해외 파트너사들이 손 잡은 '글로벌 패션 파이프라인'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는 유명 브랜드의 지식재산권(IP)을 인수한 후 국내·외 유통사들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글로벌 패션 파이프라인' 구축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패션 파이프라인 1호는 '영국 국민 캐쥬얼 브랜드'인 슈퍼드라이.
이 회장은 '한국판 유니클로'의 꿈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브랜드를 오랜 기간 찾아왔다. ▷매출 1조원 수준, 매장 500개 이상의 규모화가 돼 있고 ▷남녀 모두 선호하는 글로벌 인지도를 갖추면서도 ▷국내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라는 조건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브랜드는 영국의 슈퍼드라이가 유일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코웰패션은 지난 3월 중국 기업들을 제치고 슈퍼드라이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인도, 호주, 뉴질랜드 제외) 40여개국의 지식재산권(IP)을 5000만달러(66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선스 사업은 한정된 계약기간동안 본사에 로열티를 주는 구조인 반면, IP인수는 상표권을 영구히 갖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유니클로에 대항하는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봤자 해외 진출하면 인지도가 없어 바닥에서 시작해야한다"며 "해외에 바로 나가도 승부를 볼 수 있는 유명 브랜드의 IP 인수를 갈망해왔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말께 대형 유통사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작업이 첫 단계다. 유통사와 이익을 공유하는 합작법인을 통해 유통사 스스로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데 적극 나서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파트너사들과 동남아시아 공략을 시작한 후 중국 시장은 시차를 두고 진입키로 했다.
코웰패션이 슈퍼드라이 영국본사에 10년간 5억 달러(6600억원)규모의 역수출을 하는 방안도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에 하나 슈퍼드라이 아시아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본사 역수출 물량이라는 안전판이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의 꿈은 크다. 슈퍼드라이를 아시아에서 연 1조원 매출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패션 파이프라인을 통해 슈퍼드라이가 성공하면, 다른 브랜드들도 이 파이프라인에 잇따라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10개 이상을 확보해 10조원의 기업가치를 만드는 게 그의 야망이다.
이 회장은 "유니클로, GAP 등 초대형 글로벌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기업이 한국에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패션계 이정표를 세우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글로벌 브랜드와의 네트워크가 확장된 데는 이 회장의 집념이 있었다. 그는 "브랜드의 오너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고 찾아가며 수 년간 연락 시도를 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캘빈 클라인은 5년만에, 아디다스는 3년만에 브랜드 제조 및 판권을 따냈다. "거절당하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올해 거절당했다고 내년, 내후년까지 또 거절 당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코웰패션은 2002년 설립 후 단 한해도 역성장이 없었다. 적자도 없었다.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을 만나 대명화학 계열의 필코전자와 합병, 2015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코웰패션에 전자사업부가 있는 이유다. 2021년엔 로젠택배를 인수해 물류사업과 시너지를 모색중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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