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컬리 대표는 최근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컬리는 잘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누적된 순손실로 결손금은 2조원을 넘어섰다. 투자시장까지 얼어붙어 언제 증시에 상장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문제는 빅3 업체조차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조인 컬리는 코로나 특수를 타고 지난해 창사 8년 만에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컬리는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은 채 4년째 ‘공헌이익’이 흑자라는 점을 내세워 반박한다. 공헌이익은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것이다.
여기에 고정비를 차감하면 순손익이 된다. 공헌이익이 흑자이기 때문에 물류센터 구축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고정비 지출만 일단락되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컬리 측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첫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낸 쿠팡이 공헌이익(2016년)→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2022년 2분기)→영업이익(2022년 3분기) 순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회계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변동비 성격인 운반비, 인건비 지출은 급증한 반면 고정비에 해당하는 유·무형자산 상각비 등은 별로 늘지 않았다”며 “지난해 순손실이 2231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공헌이익 역시 적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컬리는 막대한 영업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e커머스 업체 중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다가 지난 1월 무기한 연기했다. 그 대신 이달 19일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1200억원을 조달했다.
컬리가 2021년 이후 세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외국계 주주로부터 수혈받은 자금만 6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 원금을 회수하려면 컬리의 기업가치가 최소 4조원은 돼야 한다”며 “1조원에 못 미치는 현재의 기업가치로는 상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 컬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정도인 만큼 다른 e커머스 기업 중 최근 1~2년 새 새벽배송 시장 철수에 나선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2017년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던 GS리테일의 온라인몰 ‘GS프레시몰’은 지난해 7월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했다.
수익성 악화가 이유다. 작년 4월엔 롯데쇼핑의 ‘롯데온’, 5월에는 BGF리테일의 ‘헬로네이처’가 새벽배송을 전면 중단했다.
대신 CJ대한통운 등 물류업계와 손잡고 다음날까지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곳이 늘고 있다. 네이버, 11번가, G마켓 등이 그런 사례다. 이런 방식은 새벽배송을 할 때보다 투자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선 새벽배송 시장에서 끝까지 버틴 쿠팡, SSG닷컴, 컬리가 승자독식의 과실을 수확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는 분명히 있다”며 “결국 살아남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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