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여덟 개 투자지구 가운데 하나인 수성알파시티에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ABB)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대구시는 30일 수성알파시티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 디지털 혁신거점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에는 전국 10개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을 벌여 대구시와 부산시가 선정됐다. 시는 연속사업으로 과기정통부와 함께 1조4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을 준비 중이다. 최운백 시 혁신성장실장은 “기획 중인 예타사업은 고급인재 양성과 글로벌 및 플랫폼 기업 유치가 목표”라고 말했다.
시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수성알파시티 입주 기업은 2019년 44개, 매출 1386억원에 불과했으나 2021년 114개, 8450억원으로 증가했다. 입주 예정 기업을 포함하면 240개에 달한다. 또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등 디지털기업 지원기관도 11개가 몰려있다.
수성알파시티는 2008년 수성구 대흥동과 시지동 일대에 97만㎡로 조성됐다. 당초 체류형 의료관광 시범단지를 조성하기로 했으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집중되면서 성격이 의료에서 디지털단지로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홍준표 시장 취임 후 모빌리티, 로봇, 의료와 연관된 ABB 산업을 대구 5대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하면서 전국 최고의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홍 시장은 “이번 혁신 거점 선정으로 수성알파시티의 전국적 경쟁력을 확인받았다”며 “과기정통부와의 협력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국가대표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지구 내 의료시설용지(8만2000㎡)를 올해 말까지 지식기반시설용지로 용도 변경하고 인근에 40만~66만㎡ 규모의 제2수성알파시티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수성알파시티가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부상한 이유는 대구·경북 및 영남권의 폭넓은 제조기반이 정보통신기술(ICT)과 ABB 산업의 시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성의료지구에 연구소를 설립한 울산의 인터엑스 관계자는 “제조 인공지능(AI)은 중소기업에 활용도가 더 높은데 대구·경북에 산업단지가 많아 유리하다”고 말했다.
ICT와 ABB 기업이 몰려들면서 집적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AI 기반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개발 기업으로 삼성, LG, 현대모비스 등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오큐브는 2007년 대구에서 창업해 2020년 수성의료지구로 본사를 옮겼다. 성재호 상무는 “수도권으로 본사를 이전하지 않은 것은 ABB 기업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 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판교 못지않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북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현장 맞춤형 인력 양성 체계를 갖춘 이점도 외지 기업의 대구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판교에 본사를 둔 베이리스는 240억원을 투자해 대구에 본사와 연구시설을 건립할 방침이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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