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인사혁신처가 지난주 송부한 한 위원장에 대한 청문 조서 및 의견서를 바탕으로 면직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직원 3명이 구속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고,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 위원장에 대한 공소장 및 청문 자료 등을 근거로 면직 재가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방통위 담당 국·과장 및 심사위원장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대통령실은 또 “한 위원장은 실무자로부터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전혀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라며 점수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공정성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실무진이 재승인 심사위원회의 일부 심사위원에게 부탁해 TV조선 평가 점수를 사후에 재수정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을 속여 ‘조건부 재승인’ 결정이 내려지도록 했다는 이유도 들었다. 이 밖에 TV조선 재승인 취소를 주장하던 민주언론시민연합 소속 인사를 재승인 심사위원회 위원에 포함하도록 직접 지시했고, TV조선 재승인 유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마음대로 단축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면직 처분에 대해 “임기를 마치겠단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며 “(검찰에) 기소된 부분에 대해 전체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 지속해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그의 임기가 종료되고 난 이후에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다.
새 방통위원장으로는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맡고 있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금 이 전 수석을 새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면 한 위원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는 것이어서, 아예 임기가 끝나는 7월 말 이후에 인사를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후임 위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3인 체제(김현·김효재·이상인 위원)를 이어가게 된다.
원래 방통위는 5인 상임위원 체제지만, 지난 3월 야당 추천 몫인 안형환 위원 임기가 끝난 뒤 공석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했지만, 대통령은 최 전 의원에 대한 임명을 미루고 있다. 여권에서는 최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전력 등을 이유로 추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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