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제주맥주가 지난 5일 광장시장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제주위트시장-바’다. 제주맥주는 팝업스토어 1층은 포토존과 제주맥주 상품과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4층과 루프탑은 팝업스토어 이름을 군데군데 배치해 ‘인증샷’ 공간으로 꾸몄다. 가게 앞 골목에 마련된 자리는 시장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뉴트로’ 감성을 입혔다.
방문객의 상당수는 2030세대 젊은층이었다. SNS를 통한 입소문 덕분이었다. 제주맥주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팝업스토어 관련 해시태그만 1만 건 이상이 노출됐다. 각종 공간을 레트로 감성을 담아 ‘힙하게’ 꾸미고, 맥주를 전용 미니잔에 약카롱(약과+마카롱)·육전·닭강정 등 다양한 꼬치와 함께 세트메뉴로 구성하며 다양한 인증샷을 이끌어낸 전략이 유효했다. 맥주를 주문하면 현장에서 추첨으로 굿즈를 주는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팝업스토어 관련 소식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알리는 것도 SNS에서의 입소문을 이끌어냈다.
제주맥주 팝업스토어의 흥행은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패턴 연구에 집중한 결과였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대규모 광고보다는 인증샷을 통한 SNS 입소문을 노렸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열풍을 반영해 약과로 만든 약카롱, 빈대떡과 각종 꼬치 모듬인 ‘시장카세’ 등을 메뉴로 앞세웠다. 제주맥주는 이번 팝업스토어 흥행을 앞세워 다음달 2일부터 13일까지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2차 팝업스토어를 연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이번 팝업스토어의 성공 배경엔 MZ세대의 놀이터이자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각광받은 한국의 시장과 K-스트리트 푸드로 대표되는 시장음식과의 이색적인 조합이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주류 업체 페르노리카 역시 성수동에 팝업스토어 둥지를 틀었다. 지난 26일 문을 연 이 팝업스토어는 프리미엄 진 브랜드 ‘몽키47’ 주제로 ‘몽키 정글 팝업’이란 이름이 붙었다. 페르노리카는 젊은층 사이에서 힙한 장소로 꼽히는 성수동 내에서도 콤팩트 레코드 바를 선택했다. 뉴트로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레코드 바에 팝업스토어를 설치하고 오픈을 기념해 두 차례에 걸쳐 디제잉 파티를 열었다. 지난 30일에 이어 다음달 8일엔 칵테일 클래스가 열린다.
이에 앞서 배상면주가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7일까지 성수동에 ‘느린마을 연구소’라는 이름의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세븐브로이맥주는 지난 13~28일 서울 성수동에 수제맥주 팝업스토어 ‘숲속양조장:세로 ON 대표’를 열었다. 배상면주가와 세븐브로이맥주는 각각 새로 출시한 증류식 소주 ‘느린마을 소주 41’, 곰표 밀맥주의 라이센스 계약이 끝난 뒤 새로 출시한 ‘대표 밀맥주’를 전면에 내세웠다. 두 회사 모두 무료 시음 행사를 열고 제조 노하우를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을 구성해 볼거리를 더했다.
힙한 동네와 경험 중심의 팝업스토어는 최근 잇따라 열리는 주류 팝업스토어들의 공식이다. 팝업스토어를 단순히 지나가다 들르는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찾아오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SNS를 통한 입소문을 위해 다양한 포토존을 마련한 것도 공통점이다.
이들 업체들은 한 달 미만의 짧은 기간 동안만 운영되는 공간임에도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투자했다. SNS 입소문이 주요한 홍보 수단인 만큼 공간이 사진에 예쁘게 담기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유명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TV 광고를 중심으로 홍보하는 대형 주류업체들과 차별화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남들과는 다른 뻔하지 않은 경험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MZ세대를 정조준한 전략”이라며 “팝업스토어 간 차별화 경쟁도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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