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원인, 유동성 아니다"…전 美 연방은행 총재의 분석

입력 2023-06-01 09:00   수정 2023-06-01 09:05

나라야나 코첼라코타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가 1일 "높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에 따른 초과 수요보다는 공급 요인이 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완화책으로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에만 의존하기보다 긴축적 재정정책이 동반돼야한다"고 했다.
"인플레 원인은 공급망"
코첼라코타 교수는 이날 한국은행이 '팬데믹 이후의 정책과제'를 주제로 연 '2023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2009~2016년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FRB, 연은) 총재를 지낸 인물로 이날 '미국의 인플레이션 : 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기조연설한 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토마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교수와 정책 대담을 진행했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인한 비용상승과 기업의 경쟁 완화를 지목했다. 코로나 봉쇄조치가 기업 간 경쟁을 완화하면서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시정책 요인은 적은 것으로 판단했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제로금리 정책으로 인한 초과수요가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꼽히지만 팬데믹 전후 실업률과 실질임금이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완화적 거시정책으로 초과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증가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는 정도를 포착하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코로나 이전보다 0.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함께 긴축적이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경우 기간 간 대체효과를 통해 현재 시점의 수요를 축소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정부채권의 이자수익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미래 수요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아니라는 의미다.

인플레이션에 긴축재정으로 대응하면 "가처분소득 감소를 통해 현재 소비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고, 이를 통한 정부부채 축소가 미래 가계의 이자수익을 감소시켜 미래 인플레이션도 억제하는 효과가 난다"는 게 코첼라코타 교수의 분석이다.
재원 없는 재정정책이 인플레 일으킨다
다만 이같은 분석은 '정부부채 거품'이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실질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낮고, 재정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는 경우 정부부채 거품이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코첼라코타 교수가 정부부채 거품 상태의 정책을 분석한 것은 미국이 코로나19 이후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사전트 교수는 조지 홀 브랜다이즈대 교수와 함께 쓴 논문에서 코로나19 기간 미국이 재정지출을 급격히 늘린 반면, 세금은 그만큼 거둬들이지 않아 장기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최근 들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레오나르도 멜로시 미국 시카고 연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원 없는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율과 경제성장률을 분해한 결과 지출 이후 정상화 절차를 거친 '재원이 마련된 재정충격'의 경우 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에 큰 영향이 없고 장기적으로 정부부채 비율만 상승하였으나, 정상화 조치가 이어지지 않은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재정충격'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실질금리는 하락하면서 정부부채비율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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